“젤렌스키의 종전 협상 참여 중요치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프랑스와 영국은 종전을 위해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고 비난했다. 곧 열릴 미국·프랑스 그리고 미국·영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선을 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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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폭스뉴스 팟캐스트에 출연해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편만 들고 피해자인 우크라이나는 협상에서 배제하려 한다’는 유럽 국가들의 비판을 의식한 듯 유럽의 대표적 강대국인 영국·프랑스를 겨냥해 독설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그들(영국·프랑스)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전쟁이 계속되는데 러시아와의 회담은 고사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오는 24일 미국을 방문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난다. 사흘 뒤인 27일에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마크롱과 스타머를 가리켜 “그들은 (종전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크롱은 내 친구이고 나는 총리(스타머)와도 만난 적이 있는데 아주 좋은 사람”이라면서도 “(종전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되풀이했다.
마크롱은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여러 차례 통화해 전쟁을 막으려 시도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마크롱은 생각을 바꿔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 지원에 나섰다. 현재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에 대량의 무기를 제공하는 주요 국가들 중 하나다.
스타머는 야당인 노동당 대표로 있다가 지난해 7월에야 노동당의 총선 승리로 총리에 올라 솔직히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해선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상태다. 다만 그는 취임 직후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영국의 군사 지원은 계속될 것임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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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과 스타머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푸틴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지지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쓴소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트럼프는 “그럼 유럽 강대국들은 미국이 나설 때까지 종전을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느냐”고 반박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불가능하고 러시아가 우세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러시아 양국 외교장관 등이 만나 종전 협상을 주제로 대화하는 자리에 우크라이나 대표는 초청을 받지 못해 ‘패싱’ 논란이 일었다. 이날 트럼프는 “젤렌스키는 지난 3년간 여러 국제회의에 참석했지만 (종전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젤렌스키가 종전 협상에 참여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차 종전 협상이 본격화한 뒤에도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배제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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