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상속세 개편 추진과 관련해 “자녀 공제액을 5억원으로 상향하고, 손자녀 공제도 5억원으로 신설해야 한다”며 “상속세 과세 방식도 상속재산 전체가 아니라 개별 상속인이 실제로 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 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다음은 오 시장이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
민주당이 상속세 일괄 공제액을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 공제액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최대 10억원까지 상속세가 면제되지만, 이를 18억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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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뒤늦게나마 상속세 부담 문제를 인식한 것은 다행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부담은 이미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1년에는 피상속인의 0.9%만이 상속세를 냈지만, 2022년에는 4.5%로 늘어났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부담 비율도 프랑스를 제외하면 가장 높습니다.
문제는, 상속 세제가 지난 25년 동안 자산 가격 상승과 축적 구조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방치됐다는 것입니다. 결국, 극소수 초고소득층을 겨냥했던 세금이 이제는 중산층까지 옥죄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한 공제액 상향이 아니라 보다 정교한 개편이 필요합니다.
우선, 자녀 공제액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해야 합니다. 지금의 공제 수준으로는 중산층도 막대한 세금을 피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현재는 없는 손자녀 공제도 5억원으로 신설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일본처럼 육아, 교육 비용(초등에서 대학까지)에 대한 증여 공제 신설뿐 아니라 창업, 결혼에 대한 증여 공제 확대도 반드시 함께 논의돼야 합니다.
이러한 사전 증여 공제 확대는 자산의 세대 간 이전을 촉진해 생산적 분야로 활용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나아가, 상속세 과세 방식을 개편해야 합니다. 현행 상속세법에서는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 10년 동안 상속인에게 준 재산도 상속세를 계산할 때 포함됩니다. 이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여 상속세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울러 증여세 과세 가액 산정 기간도 현행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이 필요합니다.
또한 현재는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를 개별 상속인이 실제로 받은 재산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 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상속세 부담이 보다 합리적으로 조정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중산층을 위한 상속세 개편’을 원한다면, 단순한 공제 확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서울 집 한 채 가진 중산층’의 표심을 겨냥한 미봉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 현실과 자산 축적 구조 변화를 반영한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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