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3월 공청회 등 거쳐 확정
미주노선 중국산 없는 HMM 호재
수출기업들은 해상운임 상승 우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자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 선사 및 중국산 선박에 대해 척당 최대 100만달러(약 14억4000만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함에 따라 해운업계와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1일(현지시간) 중국 선사와 중국산 선박의 국제 해상 운송 서비스 이용에 대해 고액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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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글로벌 4대 해상운송기업 중 하나인 중국의 코스코(COSCO)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코스코는 542척의 컨테이너선과 200여척의 유조선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 주요 항구에 58개의 항만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컨테이너의 40%를 처리하는 로스앤젤레스항과 롱비치항(미주 서안)에서도 코스코는 103만㎡(축구장 200개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터미널과 대형 크레인 14대를 운영 중이다. 또한 코스코는 아시아에서 미주 서안으로 가는 항로에서 네 번째로 높은 시장 점유율(10.7%)을 갖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동맹 오션 얼라이언스에게도 악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CMA-CGM, 대만 에버그린과 더불어 코스코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으로선 호재다. 화주들의 수요가 국내 해운사들에게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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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HMM이 미주 노선에 투입한 컨테이너선 중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은 없다. HMM이 보유한 중국산 선박은 용선을 포함해 총 4척이며, 이들은 방글라데시 등 역내에서 운용 중이다. 또한 HMM은 이달부터 대서양을 횡단해 유럽과 미주지역을 잇는 TA1 노선을 운항 중이다. TA1은 2018년 서비스 종료 이후 7년 만에 재진출하는 항로다. 해운동맹 차원으로선 HMM를 비롯해 ONE, 대만 양밍이 포함된 프리미어 얼라이언스가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HMM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미국 방침이 나오진 않았지만, 해운동맹 차원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미국행 새로운 항로를 개척·운항 중에 있다”고 말을 아꼈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도 조심스럽게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사에서 새롭게 발주하는 선박은 물론이고 현재 중국 조선사와 계약한 선박까지 다른 나라에서 다시 수주를 맡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다만 선사에서 운항하는 배가 중국산만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운항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등 변수가 다양해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수출 업계에선 해상운임 부담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으로 전자제품 등을 수출하고 있는 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 부과 등으로 운임 비용이 늘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제재안에 따르면 중국 선사가 소유한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경우 선박당 최대 100만달러 또는 화물 용적 기준 t당 최대 1000달러(약 144만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또한 중국산 선박을 포함해 다수의 선박을 운영하는 선사의 경우 중국산 선박 보유 비율에 따라 최대 150만달러(약 21억5000만원)의 추가 수수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다음 달 24일 열리는 공청회 등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USTR은 미국산 제품의 미국 선박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안도 마련했다. 해당 정책의 시행 직후부터 해상 운송되는 미국 제품의 최소 1%는 미국 선사의 미국 선적 선박을 통해 수출돼야 한다. 조치 시행 2년 후에는 3%, 3년 후엔 5%, 7년 후엔 15%로 최소 기준 비율이 늘어나고, 궁극적으로는 미국 제품들이 미국 선적의 미국산 선박을 통해 수출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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