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자동조정장치 도입 땐 44% 가능”
노동계·시민 사회단체 반발 일자
野 “구조개혁 단계서 논의할 사안
합의 안되면 2월 중 단독처리” 압박
권성동·이재명, 상속세 논의 신경전
“1대 1 무제한 토론” “3대 3으로 하자”
여야와 정부가 24일 연금개혁과 관련해 합의를 모색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해 일단 결렬됐다. 여야 모두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데에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두고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상속세 등 세제 개편 문제를 두고도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여야가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한 정책 주도권 쟁탈전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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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단독 처리” VS 與 “자동조정장치 전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정 연금개혁 실무자급 협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과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과 복지위 여야 간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6인이 참석했다. 협의의 쟁점은 소득대체율이었다. 민주당은 소득대체율 44∼45% 선에서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전제로 소득대체율을 44%까지 유연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아 이날 협의에서는 앞으로 논의를 계속 진행하자는 데에만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월 중으로 단독 처리하는 방안까지 꺼내 들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가 지난 20일 열린 여·야·정 협의회에서 ‘여야 간 연금개혁안 합의가 안 되면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금개혁 협의에 대해 “소득대체율 43∼44%를 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이 요구하는 44% 선까지 수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전제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자동조정장치가 들어가야 (연금개혁) 협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조정장치는 가입자 수 증감률과 기대여명 증감률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한 산식에 따라 매년 연금 지급액을 조정하는 장치다. 현재 국민연금은 물가 변동에 따라서만 수급액을 조정하고 있는데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될 경우 가입자 수와 기대여명 등도 액수 결정에 반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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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핵심 된 ‘자동조정장치’
당초 민주당 이 대표가 여·야·정 협의체에서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반발했다. 이에 민주당은 모수개혁을 논의하는 현재 단계에서는 자동조정장치를 수용할 수 없고 구조개혁 단계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진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당에 전달해왔고 당내에서도 보건복지위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의원들의 의견을 수용했다”며 “그 결과 조건부 장치이긴 하지만 국회의 승인을 얻어 실시할 수 있다는 문제에는 신중하자는 의견을 모았고 오늘 실무협의에서 이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국회에서 자동조정장치 적용 분위기가 조성되자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소득대체율이 제아무리 50%로 정상화되더라도 자동삭감장치를 통해 가입자가 향후에 받을 수 있는 소중한 연금급여를 얼마든지 장기적으로 깎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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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공개토론 두고 여야 신경전
여야는 상속세 논의를 두고도 ‘핑퐁 게임’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시 한 번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제안한다”면서 “이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으니 주제 가리지 말고 1대 1로 무제한 토론하자”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가 권 원내대표에게 상속세 개편 공개토론을 제안하자 국민의힘은 형식·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는 ‘끝장 토론’을 역제안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반도체특별법,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1대 1 토론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소식과 함께 취재진이 향후 계획을 묻자 “(권 원내대표가 나온다면) 우리도 (박찬대) 원내대표가 가야지”라고 답했다. 이후 박 원내대표는 “권 원내대표가 토론하자고 하면 카운터파트(상대방)는 저”라며 ‘원내대표 간 토론’을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권 원내대표와 이 대표 간 토론을 하자는 입장은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여당의 1대 1 토론 제안에 3대 3 토론으로 응수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가면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뭐가 되겠냐”며 “최대한 빨리하자.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까지 다 포함해서 3대 3으로 (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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