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34% ‘의견 유보’… 진보 21%
‘텃밭’ TK·70대 이상도 41% ‘관망’
잠룡 지지율 김문수 이어 이재명
‘반계엄 찬탄핵’ 보수층 표심 변수
李 ‘중도보수’ 내세워 틈새 공략
한동훈·오세훈 등 표심잡기 가속
보수 표심이 표류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치성향이 ‘보수’인 사람 셋 중 하나가 선호하는 장래 지도자를 결정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다. 10∼20%대인 ‘진보’ 성향과 대비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를 앞두고 보수층에선 윤 대통령 중심의 결집엔 동참하지 않으면서도 소위 “찍을 후보가 없다”며 관망하는 ‘중도 보수층’이 적잖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5∼27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한 결과, 자신의 정치성향을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의 34%는 선호하는 장래 정치지도자를 꼽지 못하고 ‘의견 유보’를 선택했다. 진보층에서 의견 유보를 선택한 응답비율은 21%였고, 중도층에서는 34%였다. 정당 지지도는 오차범위 내 접전(국민의힘 36%·더불어민주당 38%)으로 대권 주자를 두고 보이는 보수층의 관망세가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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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류는 보수진영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조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TK 거주자 중 41%, PK 거주자 중 46%가 장래 정치지도자 ‘의견 유보’를 택했다. 70대 이상 노령층에서도 이 비율은 41%에 달했다.
여론조사에서 ‘중도보수’ 깃발을 내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보수층 마음의 틈을 파고드는 모습도 엿보였다. 같은 조사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보수층 중 23%의 지지율을 얻었고 다음은 민주당 이 대표로 13%였다. 보수진영 ‘잠룡’ 중 김 장관 외에 보수층의 지지를 받은 이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8%), 홍준표 대구시장(8%), 오세훈 서울시장(7%), 안철수 의원(1%), 유승민 전 의원(1%), 이준석 의원(1%) 순이었다.
계엄과 탄핵에 대한 찬반을 둘러싼 보수층의 복잡한 속내가 표류하는 표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지금은 ‘윤석열vs이재명’ 구도를 강요받는 흐름 속에서 결정을 유보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보수층에선 ‘보수 정체성은 김 장관에게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대선에서 진짜 이길 수 있는 후보는 누굴까’ 고민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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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찬성·탄핵 반대’를 추구하는 강경 보수층 지지는 김 장관에 쏠리는 모양새다. ‘보수’ 성향이면서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는지가 보수진영 이후 행보를 결정할 변수다.
시사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5일 전국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웹조사에서 정치성향이 ‘보수’라고 한 응답자 중 ‘계엄이 잘못되었다 생각하고 탄핵에도 찬성하는 보수’는 31%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이는 전체 보수층 중 40%였다. 한국갤럽과 시사인-한국리서치 여론조사의 더 자세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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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여권 잠룡들은 2일 국방·안보, ‘선거관리위원회 때리기’ 등 정통·강성 보수층이 선호할 의제를 중심으로 보폭을 넓혔다.
한 전 대표는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극장에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과 함께 ‘제2연평해전’을 다룬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라는 공연을 관람했다. 한 전 대표는 공연 관람에 앞서 “보훈과 안보를 목숨처럼 여기는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통 보수층의 관심도가 높은 국방·안보 의제를 중심으로 ‘당심’ 보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친한계 관계자는 “한 전 대표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낀 지지자들을 다독이면서 가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선관위에 대한 불신과 갈등에서 잉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선관위 개혁, 대증요법이 아니라 근본 해법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선관위의 채용 비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부정선거 음모론 등의 영향으로 선관위에 부정적인 지지층에 다가서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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