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식비 부담 증가 뚜렷해”
서울에서 두 자녀를 키우는 김모(45)씨는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증가한 식비 부담으로 고민이 많다. 김 씨 가구는 소득 1분위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으로, 한 달 수입이 2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식비로 40만원 정도 썼는데, 지금은 55만~60만 원이 든다”며 “장을 볼 때마다 가격이 올라 있는 걸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가격이 오른 고기나 생선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채소와 두부 등으로 식탁을 채우고 있다. 그러나 성장기 아이들의 영양 균형이 깨질까 걱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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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사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식비 부담이 4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 2~5분위(상위 20~80%) 가구의 식비 상승률은 평균 25% 수준으로, 경제적 취약계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 동향 조사(연간 지출)에 따르면 지난해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식비 지출은 43만4000원이었다. 이 중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구입비는 27만4000원, 외식비 등 식사 비용은 16만원으로 집계됐다.
1분위 가구의 식비는 2019년 31만300원에서 △2020년 34만2000원 △2021년 37만6000원 △2022년 39만9000원 △2023년 40만6000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5년 사이 12만1000원(38.6%)이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2분위 가구의 식비는 12만3000원(25.3%) △3분위는 14만6000원(22.1%) △4분위는 20만5000원(24.7%) 증가했다.
이처럼 식비 부담이 커진 데는 이상 기후, 지정학적 갈등, 기업의 과도한 이윤 추구로 인한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드플레이션이란 기업이 원가 상승분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2019년 95.8이던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 지수는 지난해 122.9로 28.3% 상승해 전체 소비자 물가 지수 상승률(14.8%)을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외식 등 음식 서비스 물가 지수도 99.2에서 121로 22%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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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처분 가능 소득이 적은 1분위 가구가 직격탄을 맞았다. 처분 가능 소득은 세금,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을 의미한다.
지난해 4분기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처분 가능 소득은 103만7000원이었다. 이 중 46만6000원(45%)을 식비로 지출했다.
2분위 가구는 처분 가능 소득(246만7000원) 대비 식비(62만9000원) 비중이 25.5%였다. △3분위는 23.7%(351만5000원 대비 83만2000원) △4분위는 20.6%(510만4000원 대비 105만1000원) △5분위는 14.9%(891만2000원 대비 133만2000원)로 소득이 높아질수록 식비 비중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의 식비 부담 증가가 장기적인 영양 불균형과 건강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가격 안정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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