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탄핵’ 강행 민주당 사과 마땅
신속히 정리 못 한 헌재도 잘못

헌법재판소가 어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심판을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각 결정했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뤄진 국회의 탄핵소추 13건 가운데 헌재 결정이 나온 8건은 모두 기각됐다. 기각된 8건 중 6건이 만장일치 결론이었다. 애초부터 탄핵소추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공연한 탄핵 소동으로 감사원장과 검사 3명은 98일 동안 직무가 정지됐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탄핵소추됐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67일 동안 직무가 정지됐고 취임 이틀 만에 탄핵소추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174일 만에야 돌아왔다. 거야의 정략적 탄핵 남발로 국정 공백 사태가 끊이지 않는다.
헌재의 잇따른 탄핵소추 기각에도 민주당은 사과 논평 하나 내놓지 않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유튜브 채널에서 잇단 탄핵 발의와 관련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좋다고 했겠나”라고 말했다. 묻지마 탄핵으로 국정 공백을 초래한 장본인이 할 얘기는 아니다. 차기를 꿈꾸는 지도자라면 국정과 민생을 정파적 이해보다 앞세우는 게 도리다. 그런데도 이 대표의 민주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심우정 검찰총장까지 탄핵하겠다고 한다. 민주당은 탄핵 남발을 국민 앞에 사과하고 폭주를 멈춰야 한다.
헌재는 최 감사원장 탄핵 사유인 문재인정부에 대한 ‘표적 감사’나 윤석열정부 대통령실·관저 이전 ‘부실 감사’ 관련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을 파헤치는 감사원을 겁박하려는 게 탄핵소추의 숨겨진 의도였을 것이다. 탄핵소추된 검사 3명에 대해서도 “수사 과정에서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사건 변론 과정에서는 헌재가 “소추 사유가 모호해서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자 국회 측이 “관련 기록을 헌재가 확보해 달라”고 요청해 실소를 자아냈다. 민주당은 지난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에 검사 탄핵안 내용을 ‘복붙(복사해 붙여넣기)’했다가 망신을 샀다. 모두가 마구잡이 탄핵이었다는 얘기다.
탄핵이 야기한 국정 혼선은 헌재가 신속히 정리했어야 했다. 헌재는 만장일치 기각이 나올 정도로 쟁점이 단순한 탄핵심판을 몇 개월씩 붙잡고 있다가 비판을 자초했다. 헌재가 “대통령 탄핵심판이 최우선”이라고 공언해 놓고 느닷없이 감사원장과 검사 3명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세운 배경도 석연치 않다. 진영 간 대결로 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헌재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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