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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우칼럼] 노인연령 상향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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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16 22:49:55 수정 : 2025-03-16 22: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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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과 고령화사회 공통과제
복지수급 제도의 지속성 위해선
노인연령 상향 고령층 결단하고
사회는 정년연장·재고용 전제를

노인연령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본격화하고 있다. 5월까지 상향 폭을 마련한다는 계획인데 어느 정도로 올라갈지, 반대 여론을 어떻게 잠재울지 지켜볼 일이다. 노인연령을 높인다는 건 뭘 의미할까? 기대 수명이 늘어났으니, 그만큼 노인이 되는 때를 늦추고 자연스레 복지 수급 시기도 늦추자는 것이다.

노인이 천천히 되자는 것이니, 다들 환영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받는 것도 함께 늦추자는 것이니 당사자들은 주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억하자. 조금 늦게 받는 것이지 덜 받는 건 아니다. 수명이 늘어나니 결국 받는 총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노인연령 상향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윗세대와 아랫세대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 나아가 ‘나이 듦’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

현재 모든 국민은 65세가 되면 ‘노인’으로 공식 인정된다. 이때부터 지하철과 공공시설 무료 혜택이 주어진다. 연금과 복지 혜택도 시작된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구가 절대적으로 많은 기성세대가 은퇴 러시를 시작한 반면, 이들을 부양할 젊은 인구는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현재는 경제활동인구 한 명이 0.3명의 노인을 먹여 살리지만, 40년 후에는 한 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미래 인구가 없는데 어떻게 복지가 있을 수 있나. 부양의무는 젊은 세대를 짓누르는 굴레가 된 지 오래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고령 세대가 결단하는 게 맞다.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나이’가 72~75세라는 조사 결과들이 있는데, 법적으로 65세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스스로 노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데, 노인 혜택을 받겠다고 나선다면 자가당착에 불과하다. 안타깝지만 많은 노년층이 이 모순에 빠져 있다. 노인을 돕겠다고 나선 시민단체도 마찬가지이다. 몇 년 전 대구시가 도시철도 무료 이용 연령을 상향하려 하자 지역 시민단체는 시위와 소송을 동원해 맞섰다.

그러나 고령 세대의 결단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정년 연장이나, 퇴직 후 재고용이 동반되어야 한다. 현재도 정년 60세와 연금 수령이 시작되는 63세 간 3년의 공백이 발생하는데 정년 연장 없이 노인연령 상향이 이뤄지면 소득 공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좌절을 넘어 생존권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과 연동되지 않는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수급 시기 상향도 같은 결과에 이를 것이다.

최근 인권위가 정년 연장 65세 연장안을 권고하고, 기업이 퇴직 후 재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바람직한 변화이다. 이미 많은 제조 기업들이 계약 촉탁직이란 이름으로 정년 후 재고용에 나서고 있다. 재고용을 통해 임금을 대폭 조정함으로써 기업의 과도한 부담을 줄이고 신규 채용을 이어가려는 노력이다. 기업이 모두 옳다는 말이 아니다. 임금 개혁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결국 윗세대와 아랫세대가 모두 합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노동개혁이 더욱 절실해졌다.

정년 연장만을 고집하고 임금 개혁에 미온적인 노동계의 접근 방식은 재고되어야 한다. 정년 연장과 노인연령 상향이 자칫 청년세대의 일자리를 잠식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대 형평성이 본질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저출생 고령화라는 ‘죽음의 골짜기’에 동시에 입장하는 양 세대가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 나아가 협력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대 형평성은 어떻게 가능한가? 고령층의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하다. 젊은 세대는 고령층이 더 많은 권력과 자원을 가졌다고 믿는다. 자산과 정치권력이 윗세대로 쏠린 탓에, 노인 빈곤이라는 자명한 문제 앞에서도 젊은 세대는 쉽게 공감하지 않는다. 노동 현장에서도 복지부동을 경계하고, 나이가 생산성과 역관계에 있지 않음을 시니어 스스로가 입증해야 한다. 젊은 세대는 누구나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 7인의 연구자가 발간한 ‘노시니어존’은 모든 사람은 현재의 노인이거나 미래의 노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더 건강해진 시니어가 스스로를 책임지기 위해 더 오래 일하고 국가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세대를 초월한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나이 듦’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늙어도 낡지 않을 수 있다. 나이 듦은 한계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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