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2016년생 참가자 등 화장·의상 도마 위
‘아동 성 상품화’ 비판에 31일 첫 방송 불투명

“짙은 화장을 한 어린 여자아이들이 노출 의상을 입고 서로 경쟁하는 방송이 정상인가요?”
13살 딸을 둔 정모(45)씨는 최근 논란에 휩싸인 MBN 프로그램 ‘언더피프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만 15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 K-팝 가수 지망자 오디션 프로그램인 ‘언더피프틴’은 31일 첫 방송을 앞두고 참가자들의 모습이 일부 공개되며 아동 성 상품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씨는 “요즘 아이들이 나와 트로트를 부르는 모습도 보기 불편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완전히 선을 넘은 것 같다”며 “경쟁에 몰린 아이들의 모습을 어른들이 보면서 웃고 떠든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23일 방송계 등에 따르면 ‘언더피프틴’은 K-팝 가수 지망생 59명이 경쟁하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참가자 나이를 만 15세 이하로 제한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제작진은 프로그램 홍보 글을 통해 “글로벌 최초! 만 15세 이하 K-POP 신동 발굴 프로젝트 ‘언더피프틴’. 알파 세대 소녀들의 꿈을 응원해 주세요!”라며 “‘언더피프틴’은 일찍이 자신의 길을 아이돌로 정한 알파 세대들에게 기회의 문을 활짝 연 5세대 K-POP 오디션”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최근 예고편과 참가자 프로필 등이 공개되면서 아동을 성적 대상화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언더피프틴’ 측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홍보물을 보면 참가자들은 진한 화장을 한 채 짧은 크롭티 등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고 있다. 여기에 나이와 이름, 국적 정보가 쓰여 있고, 바코드가 달려있다. 아무리 오디션의 본질이 자신을 팔아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라지만 아직 초등학생, 중학생밖에 되지 않는 아이들을 노골적으로 상품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유튜브에 올라온 티저 영상에서도 이 같은 참가자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참가자 59명 중엔 2016년생 참가자도 5명 포함돼있다. 만 나이로 8∼9세에 불과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21일 낸 성명에서 “‘언더피프틴’은 어린아이들을 상업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취급하는 미성년자 상품화에 불과하다”며 “어린아이들에게 공개적으로 경쟁을 부추겨 과도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가하고, 성적 대상화 하는 행위는 명백한 아동 학대이자 미성년자 권리를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로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도 20일 성명을 내고 “여성 아동에게 신동·데뷔·성공이라는 언어로 아동의 성적 대상화를 긍정적인 것으로 오인하게 하고, 내재된 성적 대상화의 의미를 숨기고 장래를 위한 멋진 도전인 양 프로그램에 동원하는 것은 아동 노동 착취이자 성 착취”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온라인상에서도 프로그램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도대체 아이들을 데리고 무엇을 하는 거냐”, “8살짜리 아이가 무슨 오디션이냐”, “사실상 아동학대”라며 제작 중단을 촉구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MBN은 21일 공식입장을 내고 “‘언더피프틴’과 관련해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프로그램 세부 내용은 물론 방영 여부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프로그램 제작을 맡은 ‘크레아 스튜디오’는 참가자들의 의사, 보호자 동의를 다 받았고, 미성년자 출연자 녹화 준수사항도 지켜왔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최근 논란에 참가자들과 보호자들이 충격과 상처를 받고 있다며 변함없는 방영 의지를 내비쳤다.
제작진은 22일 입장문을 통해 “‘크레아 스튜디오’ 공식 유튜브를 통해 본편 관련 티저 영상을 업로드했다”며 “어린 참가자들의 열정과 제작진의 진심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라 확신하며, 부디 영상을 직접 확인하시고 평가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참가자들의 꿈을 지지하고 함께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제작진은 참가자들이 길게는 장장 6개월 넘게 쏟아 온 땀과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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