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객 실화·예초기 불꽃 튀어…
건조한 대기에 강풍 타고 번져
충북 옥천 산불 8시간만에 진화
4명 사망…전체 피해면적 7778㏊
특별재난지역 추가 지정 검토
한순간의 실수가 참극을 낳았다. 최근 사흘간 경상도와 울산에서 실화(失火)로 추정되는 대형 산불 등 크고 작은 산불 48건이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해 10여명의 인명피해 및 산림과 주택 등 재산피해가 났다. 산불 진압에 효과적인 소방 헬기 역시 야간엔 운용이 제한돼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경남 김해시·산청군, 경북 의성군, 울산 울주군, 충북 옥천군 산불의 피해면적은 이날 오후 9시 기준 7778.61㏊로 잠정 집계됐다. 이날 낮 12시쯤 발생한 옥천 산불은 인근 영동군 야산으로 옮겨붙어 산불 대응 2단계가 추가로 발령됐으나 오후 8시쯤 주불이 100% 진화됐다.
중대본은 대형 산불 5건으로 4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했다. 22일 산청에선 산불진화대원 3명과 공무원 1명이 진화작업 도중 숨졌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울주에선 부상자 2명이 발생했다. 이들 5곳에서 주민 1988명이 대피하고 주택 110동의 전소·반파 등 시설 피해도 잇따랐다.

대형 산불 대부분은 실화로 파악됐다. 의성 산불은 성묘객이 라이터를 켜 시작됐고, 김해는 쓰레기 소각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산청과 울주는 원인을 조사 중이나 각각 예초기에서 튄 불씨, 농막에서 용접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옥천 산불도 영농 부산물 소각 과정에서 났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산불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서풍이 이날 오후부터 강해지고 24일엔 산청과 의성에 강풍이 예고된 만큼 산불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산림·소방 당국은 가용 헬기 110여대를 총동원해 진화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동시다발 산불로 가용 자원이 부족한 데다 조종사 시력에 의존하는 소방 헬기 특성상 야간엔 운용하기 힘들다.



행정안전부는 경남·경북·울산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26억원, 특별재난지역인 산청엔 재난구호사업비 5000만원을 지원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행안부에 다른 산불 발생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추가 선포 검토를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산불 진화 과정에서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진화대원과 공무원 네 분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