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상온에 오래 두거나 냉장 보관 후 섭취하는 습관이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낮 기온이 20도 안팎까지 오르면서, 부적절한 방식으로 보관된 밥이 독소로 변해 식중독 등의 급성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9일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중국 광둥성 쟝먼시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천모 씨는 집에서 직접 볶음밥을 만들어 먹은 직후 심한 복통과 설사, 호흡 곤란 증상을 겪었다. 응급실로 이송된 그는 쇼크 상태였으며, 심장과 간, 신장 등 주요 장기에 다발성 부전 위험이 있었다. 다행히도 중환자실에서 응급 치료를 받은 끝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의료진은 천 씨가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라는 박테리아에 감염된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조사 결과, 천 씨는 며칠 동안 냉장 보관한 밥으로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고, 이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바실러스 세레우스는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인 쌀, 파스타, 삶은 감자 등에서 쉽게 증식하는 박테리아로, 위장관에서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감염될 경우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급성 패혈증이나 장기 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이 균은 7~60도의 온도에서 활발히 증식하며, 냉장실보다 높은 온도에서 더욱 빠르게 번식한다. 냉장고에 보관된 밥이라도 이미 균이 증식한 상태라면, 다시 가열해도 독소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바실러스 세레우스의 포자는 135도 이상의 고온에서 4시간 동안 가열해도 사멸하지 않을 정도로 강한 내성을 지닌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찬밥을 활용한 볶음밥 섭취 후 급성 식중독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볶음밥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볶음밥 증후군은 비교적 흔한 식중독 사례 중 하나다. 2008년 벨기에에서는 한 대학생이 상온에 5일간 방치된 삶은 파스타를 다시 조리해 먹은 후 두통, 복통,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10시간 만에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최근에도 볶음밥 증후군 사례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대만의 한 유명 채식 식당에서는 대만식 떡볶음 요리를 먹은 고객 중 1명이 급성 신부전으로 숨지고, 8명이 식중독 증상을 호소했다. 당시 보건당국은 볶음밥 증후군 가능성을 제기했다.
홍콩 식품안전센터는 볶음밥 증후군을 예방하는 방법을 발표했다. 센터는 “음식은 조리 후 가능한 한 빨리 섭취하고,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조리하지 말라”면서 “바로 먹지 않을 경우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조리한 음식은 빠르게 식혀야 한다. 조리 후 2시간 이내에 20도 이하로 식힌 뒤, 2시간이 지나면 4도 이하의 냉장 상태로 보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2시간·4시간 법칙’을 지킬 것을 권장한다. 2시간 이상 상온에 둔 음식은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하며, 4시간 이상 상온에 방치된 음식은 섭취하지 않고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여름철에는 기온이 높아 미생물이 더욱 빠르게 증식할 수 있다. 밥을 오래 상온에 둔 후 냉장고에 넣더라도 이미 형성된 독소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밥은 조리 직후 바로 냉장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은 “식사 후 남은 밥은 가능한 한 빨리 식혀 냉장 보관하고, 다시 데울 때는 충분히 가열해야 식중독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볶음밥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품 보관 및 조리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남은 밥 상온 보관 위험성
✔식중독 위험 : 상온에 밥을 보관하면 바실러스 세레우스 등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
✔영양소 손실 : 밥의 영양소가 손실될 수 있으니 가능하면 빨리 소비하는 것이 좋다.
✔미생물 번식 : 남은 밥은 최대한 빨리 식힌 뒤에 냉장이나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맛과 식감 변화 : 상온에 보관된 밥은 시간이 지나면 맛과 식감 등이 변할 수 있다.
✔음식물쓰레기 발생 : 상온에 너무 오래 두면 부패가 빨라져 결국 먹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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