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의료공공성 저해 등 여전히 반발
정부·의료계 갈등에 직격탄…전공의 구인난
신상진 “‘착한 적자’ 위해 대학병원 위탁해야”
‘좋은 의료’의 기준은 무엇일까? 공공의료의 역할과 관련된 이 기준은 최근 정체된 경기 성남시의료원 대학병원 위탁안의 추진 과정을 두고 곱씹어볼 만한 주제로 떠올랐다. 공공의료의 책임을 강조하는 시민단체와 ‘악성 적자’가 아닌 ‘착한 적자’를 주장하며 의료원 효율성을 내세운 성남시, 이를 둘러싼 의료계 환경 변화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 위탁 안갯속…좌초 가능성에 속 타는 성남시
성남시의료원 대학병원 위탁은 민선 8기 성남시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사업이다. 하지만 1년 넘게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의사 출신 신상진 시장이 시민에게 외면받고 손실만 불어난 시립의료원의 운영을 개선하고자 2023년 11월 공식 발표했으나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에 휘말리며 보건복지부로부터 여태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무려 16개월째이다.
시는 일찌감치 복지부 승인, 시의회 동의, 수탁기관 공모·협약이란 큰 그림을 그렸지만 어느 것도 첫 단추를 끼우지 못했다.
복지부는 1996년 경상대병원에 위탁된 마산의료원을 제외하면 뚜렷한 성공사례를 찾기 힘들고, 지방자치단체의 첫 민간위탁 요청이라는 점에서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돌발 변수까지 튀어나왔다. 윤석열정부에서 벌어진 의료대란이다. 병원을 박차고 나간 전공의들은 동네 의원을 창업하거나 피고용 의사로 들어갔고, 의대생들의 집단휴학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가 전무했던 시의료원에 전공의와 교수급 전문인력 수급을 위해 대학병원 위탁을 결정했다는 성남시의 명분도 빛이 바랬다. 의료계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최소 수년간 전공의는 물론 교수급 의료인력 배치가 불가능할 것이란 비관론이 팽배하다.
여태껏 성남시의료원의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력은 정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의회와 시민단체 일각에서 “위탁을 얘기하기보다 먼저 방치된 시의료원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일부 지역 시민단체와 야당은 위탁 반대 의사를 접지 않고 있다.

◆ 의료진 이탈, 환자 감소, 손실 확대 ‘악순환’
요즘 성남시의료원의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진료 일정표에는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 내과 이춘택 교수의 이름이 올라있다. ‘폐암 명의’로 소문난 의사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최소 수개월을 기다려야 진료받을 수 있지만 이곳에선 매주 월요일 오전 진료가 가능하다. 지난해 9월 의료원장으로 취임한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분당서울대병원과 맺은 의료교류 협약 덕분이다.
성남시는 이 같은 협진을 위해 올해 35억원의 예산을 별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의료원의 손실은 매년 400억~500억원을 오간다. 500병상이 넘는 대형 병원의 병상 이용 수가 평균 100병상에 그쳐 나머지 400병상(80%)가량을 놀리고 있다. 2022년 265억원이던 시 지원금은 올해 484억원까지 늘었다.
이런 가운데 의료진 이탈과 환자 감소, 의료손실 확대라는 악순환을 해소한다며 제시한 민간위탁 운영안은 복지부의 책상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다.
신 시장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 제공과 취약계층 의료사업 강화를 위해 위탁 운영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그림자는 드리워져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두고 “수익성을 앞세워 공공성을 포기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시의료원 의사노동조합 등도 반대 의견서를 낸 바 있다.
한때 시장 주민소환까지 거론됐던 견해차 역시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의견 차이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란인지, ‘왜 사느냐’와 같은 다분히 주관적 질문인지는 알 수 없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은 의료’를 만들어낼지에 대한 치열한 토론과 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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