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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 난동자 모인 남부구치소 ‘좌표 찍기’… ‘민원테러’에 업무 마비

입력 : 2025-03-26 19:12:40 수정 : 2025-03-26 19: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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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교관이 사상 강요” 주장
尹지지자 잇단 민원에 업무 마비
3월에만 247건… 전월比 27배↑
법무부 “사상 강요 사실 아냐” 밝혀

“남부구치소는 아오지탄광처럼 북한 수용소인가요?”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로 구속된 가담자 80여명 중 대다수가 수감된 서울남부구치소에 이번 달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된 민원이다. 해당 민원에는 “교도관들이 수감자에게 ‘너희는 최소 징역 5년이다. 부정선거 주장은 가짜’라는 언동으로 좌익 사상을 강요하면서 조롱과 폭언을 일삼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 1월19일 서부지법에서 난동을 부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들을 변호하는 보수 성향 ‘자유청년변호인단’이 “부당한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항의 민원을 연달아 넣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내부 조사 결과 “교도관이 수용자를 상대로 폭언 및 사상 교정을 시도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1월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 법원 담장을 넘어 무단 침입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찰에 붙잡혀 있다. 공동취재사진

남부구치소에 최근 이 같은 ‘민원 테러’가 폭주하고 있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둘러싼 좌우 진영의 대립이 격화하면서 구치소가 표적이 된 것이다.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등의 ‘좌표 찍기’를 통해 민원이 급증해 구치소는 ‘업무 마비’ 수준의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남부구치소에 따르면 이번 달 국민신문고를 통해 247건(18일 기준)의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2월(9건) 대비 약 27배다. 247건 중 서부지법 난동에 가담한 피고인 관련이 237건(96%)에 달했다. 이번 달 18일까지만 집계한 수치인 만큼 3월 민원 건수 합계는 300건을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구치소에 접수된 민원은 지난해 10월 20건, 11월 13건, 12월 7건, 올해 1월 18건으로 확인됐다.

구치소 관계자는 “국민신문고를 통한 민원은 일부일 뿐”이라면서 “항의성 전화는 셀 수도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달 민원실은 업무 마비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구치소를 겨냥한 민원 테러는 ‘좌표 찍기’를 통해 이뤄졌다. 자유청년변호인단이 지난달 28일 ‘교관이 폭언과 사상 교정을 하고 있다’ 등의 의혹을 제기했고, 이후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민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게시글에는 ‘남부구치소 교도관들 너희들 두고 보자. 대통령 복귀하면 너희들 감옥행이야’ 등의 원색적인 비난과 ‘02-21××-××××’ 같이 전화 테러를 위한 번호 안내글이 속속 올라왔다.

이처럼 윤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기관을 향한 민원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을 앞둔 헌법재판소도 3개월 넘게 전화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한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서이종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시민사회가 건전하고 비판적인 이성을 갖추어야 하는데, 양극화된 정치권 탓에 계속 분열하고 파괴적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며 “정치권에서 갈등을 키우고 선동하는 행태를 멈추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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