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산불 진화용 소방헬기가 등장한 것은 1981년 3월 서울 양재동 부근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에 투입된 500MD(민수용) 헬기가 시초다. 당시 헬기 역할은 항공방제에 집중됐다. 그러다 1980년대 후반 전국에 숲이 울창해지고, 낙엽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아지면서 산불 진화로 임무가 전환됐다. 잦은 부품 교체 등 유지비가 많이 드는 단점이 있었지만 1993년 러시아에서 들여온 카모프사의 KA-32는 산불 진화 역량을 키우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현재 산림청은 모두 50대의 산불 진화 헬기를 보유하고 있다. 담수량 8000ℓ의 대형헬기인 미국 시콜스키사의 S-64 7대를 비롯, 담수량 3000ℓ의 KA-32 29대가 주력이다. 나머지는 2000ℓ의 KUH-1(수리온) 3대, 600~800ℓ 소형 11대가 있다. 주력 기종인 KA-32 헬기 중 8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러시아로부터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지난해부터 운용이 중단됐다. 투입 가능 헬기가 42대라는 말인데, 이마저도 정비와 수리 등을 이유로 35대만 운용되고 있다.
인력과 차량 접근이 어려운 산불 진화의 7∼8할은 헬기에 달렸다. 그렇더라도 지금처럼 산불이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며 대형화할 경우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만으론 감당이 어렵다. 산불 진화 헬기 69%가 생산된 지 21년이 넘은 노후 헬기라는 점도 문제다. 의성 산불 현장에선 헬기 1대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목숨을 잃었다. 1995년 7월에 생산돼 30년 가까이 운항한 시콜스키 기종(담수량 1200ℓ)인 것으로 밝혀졌다. 언제 또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헬기 도입은 구매 계약 후 약 3년 정도 걸린다. 미리 확충하지 않으면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반복될 거다. 소방헬기 대당 도입 가격은 300억∼500억원으로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산불이 발생하지 않을 때는 활용성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기후변화로 산불이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다. 2022년에만 산불로 1조3463억원의 재산 피해를 봤다. 올해는 이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이렇게 피해를 입는 것보다 서둘러 소방헬기를 추가 도입하는 게 훨씬 나은 선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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