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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대로 지친 이재민들…"비 왔을 때 산불 꺼야 할 텐데"

입력 : 2025-03-28 10:22:55 수정 : 2025-03-28 10: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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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내린 비에 "지금이 진화 골든타임" 기대감
정오까지 5㎜ 미만 더 내릴 가능성

"비가 내렸을 때 산불이 꺼져야 할 텐데…"

28일 오전 경북 영양군 이재민 대피소인 군민회관.

밤사이 들려온 약한 비 소식에도 이재민 대피소에서는 이날 중으로 산불이 꺼지길 바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27일 경북 영양군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영양 산불 피해 이재민 대피소에서 화마에 집을 잃은 한 노인이 담요 위에 누워 있다.

영양군에는 새벽 동안 1.5㎜의 비가 내렸다.

잠을 설쳤다는 심분선(70대) 할머니는 "밤에 비가 조금 왔으니 오늘은 산불이 꺼졌으면 좋겠다"며 "이제 집에 가서 자고 싶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3일째 잘 못 자서 기운이 없다"고 토로했다.

포산리 주민 신민호(48)씨는 "땅이 마르고 바람이 불면 산불이 다시 번질 수 있다"며 "비가 내린 지금이 진화 골든타임. 정부에서 가용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자원봉사 중인 황귀순(63)씨는 "새벽 2시께 비가 제법 내렸다. 세숫대야에 물이 조금 고일 만큼 내렸는데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더라"며 "땅도 촉촉해서 오늘 중으로 큰불은 꺼지지 않을까 모두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28일 오전 경북 영양군 석보면 일대에서 산림청 헬기가 방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영양군에는 이날 정오까지 북동 산지를 중심으로 5㎜ 미만의 비가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

대피소 생활이 길어지면서 이재민들과 자원봉사자들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김옥순(81) 할머니는 "혈압이 높은데 대피 생활이 길어지니 몸도 마음도 힘들다"며 "집에 갔다가 다시 산불이 심해져서 대피하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이 불에 타버렸다는 80대 할머니는 "돌아갈 곳이 없다. 가족이 와야 여기를 벗어날 수 있다"며 "보청기 충전기를 집에 두고 와서 말소리도 잘 들리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28일 오전 경북 안동시 낙동강변 둔치에 마련된 소방지휘본부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소방차들이 대기를 하고 있다.

생필품 등 구호 물품도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영양군 한 관계자는 "치약이나 샴푸가 들어있는 구호 세트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소모품이다 보니 계속 지급을 해줘야 한다. 이불도 빨래할 수가 없어서 털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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