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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사망하자 각국 북한 정보 교환… 北 공관들은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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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28 13:20:31 수정 : 2025-03-28 13: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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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은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정통성이 결여돼있다.” “어린애 같아 지도자로 부족한 것 같다.” 

 

1994년 7월 8일 북한을 46년 장기 통치한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직후 세계 각국의 움직임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전망을 엿볼 수 있는 외교문서가 28일 공개됐다.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전시실을 찾은 관람객들이 故 김일성-김정일 위원장의 사진을 보고 있다. 뉴시스

이날 외교부가 공개한 ‘1994 외교문서’에 따르면 김일성이 사망하자 해외 공관들은 일제히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고, 돌입한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은 김 주석의 사망 원인부터 후계 구도에 이르기까지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북한의 미래를 전망하려 했다.

 

당시 주요국 인사들과 접촉한 한국 외교관들이 보낸 문건을 보면 각국은 김일성이 북핵 협상이나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정책이 지속될지 불안해했다.

 

당시 스탠리 로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은 반기문 주미대사관 공사와 면담에서 “김정일이 승계에 성공하더라도 김일성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정통성이 결여돼있는 데다, 경제난 계속으로 일정 기간 이후 많은 도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면서 김정일이 핵 문제와 관련해 강경파라면서 “북한이 핵 개발 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부통령을 지냈던 월터 먼데일 주일미국대사는 김정일에 대해 “약간 멍청하고(GOOFY) 어린애 같아(CHILDISH) 지도자로는 부족한 것 같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1994년 당시 주루마니아대사가 김일성 북한 주석 사망 관련 보고를 한 비밀문서. 외교부 제공

한승수 주미대사 보고를 보면 당시 미 국무부는 “김일성 정책의 계속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 반면, 중앙정보국(CIA)은 김정일의 과격성과 불가측성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당국자들도 북한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예상했다. 평양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러시아 학자는 “김정일 체제가 6개월 정도 지나면 군부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개입할 것”이라며 “길어야 김정일은 96년 말 정도까지만 집권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중국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김정일 체제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는데, 덩샤오핑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중국 외교부 인사는 “김일성은 과거 중국 방문 시 덩샤오핑에게 아들 김정일 문제를 부탁(托孤·탁고)해 두었기 때문에, 덩샤오핑이 생존해 있는 한 중국 정부는 그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북한이 공식적으로 밝힌 김일성 사망 원인은 ‘심근경색’과 ‘심장 쇼크’였는데, 중국 일부 당국자들은 핵 문제 및 남북 정상회담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과로로 심장에 무리가 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최고지도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각국 소재 북한대사관의 혼란스러운 모습도 외교문서를 통해 공개됐다.

 

주베트남 북한대사관은 베트남 한 언론사가 김일성 사망 이튿날 관련 소식을 보도하자 ‘터무니없는 날조’라며 항의했다. 이 매체가 해당 소식을 전하는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기사를 내밀고서야 상황은 진정됐다.

 

외교부는 이날 이런 내용이 포함된 ‘30년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 2506권, 38만여 쪽을 일반에 공개했다.

 

정부는 국민 알 권리 보장과 외교 행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생산된 지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를 매년 공개하고 있다. 올해 공개된 부분은 1994년도 문서가 중심으로, 김일성 사망과 함께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문 체결, 한국의 미국 에너지부(DOE) ‘특별관리대상’ 제외 등 내용이 담겼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사전 예약을 통해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볼 수 있다. 6월 이후에는 ‘공개외교문서 열람 청구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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