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안동·영양·의성 분향소 추모 잇따라
“피해자분들이 얼마나 아프시고 외로우셨을지 가늠이 안 됩니다. 하늘에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심심한 명복을 빕니다.”
29일 경북 영양군청 앞 잔디광장에 마련된 영남권 산불화재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60대 이모씨가 “홀로 사시는 우리 어머니가 피해자가 될 수 있지 않았냐. 황망하고 안타까울 뿐”이라며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았던 산불로 목숨을 잃은 분들이 부디 영면하셨으면 좋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씨는 영양까지 덮친 산불의 여파로 며칠째 마을회관에서 머문 홀어머니가 걱정돼 고향을 찾은 김에 합동분향소를 들다고 했다. 그는 합동분향소에 헌화한 뒤 한참이나 고개를 들지 못했다.

29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주변 지역을 태운 이번 경북 산불의 희생자는 진화 작전 수행 중 헬기 추락으로 숨진 고(故) 박현우 기장을 포함해 총 26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 희생자 수는 영덕 9명, 영양 7명, 안동 4명, 청송 4명, 의성 2명이다.
영양군은 전날 오후 1시쯤 합동분향소를 조성했다. 안타깝게 희생된 6명의 이름이 적힌 위패도 모셨다. 분향소는 5일간 운영한다. 영양읍 주민이라는 이미현(46)씨는 “추모하기 위해 왔다”며 “어르신들을 구하러 불길로 들어갔다가 희생됐다고 들었는데 내가 그 상황이었으면 그렇게 못 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청송군은 청송보건의료원 장례식장에 산불 사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합동분향소는 31일까지 운영되며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의성군은 이날까지 의성군청소년문화의집 다목적 강당에, 안동시는 중앙선1942안동역 문화광장(옛 안동역)에서 분향소를 운영한다. 다만 영덕군은 유가족 반대로 합동분향소를 설치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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