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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플랫폼 ‘발란’ 기업회생 신청

입력 : 2025-04-01 06:00:00 수정 : 2025-04-01 07: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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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구조조정 본격화 진단

발란 수백억대 판매대금 미정산
상품 구매·결제 서비스 모두 막혀
1300여개 입점사 미정산 규모 커

내수 침체에 업계 생존경쟁 치열
대기업 계열·대형사 쏠림 전망도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 발란이 수백억원대 판매대금을 정산하지 못한 지 일주일 만인 31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발란과 거래해온 1300여 입점 업체들은 티몬·위메프 사태 때처럼 대규모 미정산 피해가 발생할까 우려하고 있다. 시장경쟁 격화에 소비침체가 겹치면서 유통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올해 1분기 내 계획한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사진=발란 제공

최 대표는 “일반 소비자에게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현재 미지급된 상거래 채권 규모도 발란의 월 거래액보다 적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발란의 월 거래액은 평균 300억원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회생절차와 함께 인수합병(M&A)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며 이번 주 중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회생계획안 인가 전에 외부 인수자를 유치, 현금흐름을 대폭 개선해 사업의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빠르게 높일 것”이라며 “인수자 유치로 파트너들의 상거래 채권도 신속하게 변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인수자 유치 과정에서 기존 입점사들이 지속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를 우선으로 보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발란은 지난 24일 일부 입점사에 대한 정산을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정산금 과다 지급 등의 오류가 발생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회사 측은 28일까지 입점사별 확정된 정산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하겠다고 했으나 당일이 되자 정산 일정 재공지 대신 최 대표의 사과문이 나왔다. 28일부터 상품 구매·결제도 모두 막혔다. 신용카드사와 전자결제대행(PG)사가 서비스를 중단하고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란의 자체 결제서비스인 발란페이도 멈췄다.

발란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1300여개 입점사는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발란은 일주일, 15일, 한 달 주기로 정산하고 있다. 정산 주기는 상대적으로 짧지만, 상품 단가가 커 미정산 규모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입점사별 미정산액은 수백만원에서 수억원까지로 추정된다. 한 입점 판매자는 “정산받지 못한 금액이 9300만원 정도 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조원대 피해를 낸 티몬·위메프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산 지연이 발생하자 정산 오류로 해명하고서 후속 정산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과정이 티몬·위메프 사태 초기와 흡사하다”고 말했다. 티몬·위메프는 합산 거래액 7조원이 넘었지만 지난해 현금이 바닥나면서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티메프가 정산하지 못한 입점사 판매대금은 1조2790억원에 달했다.

 

발란은 온라인 명품 플랫폼 1세대 업체이지만 재무상태는 부실했다. 2015년 설립 이후 단 한 해도 영업이익 흑자를 내지 못했고, 2023년부터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발란은 오프라인보다 낮은 가격과 박리다매를 내세워 코로나19 전후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내수 침체와 온라인 플랫폼 간 경쟁 격화로 매출과 수익성이 나빠졌다. 2022∼2023년 3000억원을 오르내리던 기업가치는 최근 3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판매대금 정산 지연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의 결제 서비스가 전면 중단된 가운데 31일 서울 강남구 발란 본사가 있는 공유오피스 로비에 '발란 전 인원 재택 근무'라고 적힌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뉴시스

업계에서는 발란 사태로 유통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고 본다. 내수시장은 정체됐는데 경쟁업체는 많아지고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계 전자상거래 업체까지 가세함에 따라 기초 체력이 튼튼한 업체만 생존경쟁을 헤쳐나가리란 전망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매시장은 최근 10년간 대체로 2∼4% 안팎으로 성장했으나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한상의의 유통산업 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 소매시장 성장률은 0.4%로 예측됐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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