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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정치인의 사법 리스크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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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01 15:36:41 수정 : 2025-04-01 15: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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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에서 ‘사법 리스크’라는 표현을 언제부터 사용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신조어라는 점이다. 2010년대 들어 재벌 그룹의 총수가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거나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경우 해당 기업을 두고 ‘사법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취지로 쓴 기사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다’고 하는 식이다.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개의 형사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요즘 한국에서 사법 리스크는 거의 일상 용어가 되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지도자인 마린 르펜 전 대표가 3월31일(현지시간) 1심 법원의 유죄 및 피선거권 박탈 선고 직후 프랑스 방송 채널 TF1에 출연해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4년 7월 프랑스 하원의원 총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정당 국민연합(RN)이 577석 중 126석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좌파 연합인 신인민전선(NFP),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연합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RN의 마린 르펜 전 대표가 오는 2027년 4월 또는 5월 실시될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력 주자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르펜은 지난 2017년과 2022년 대선 당시 마크롱과 나란히 결선에 올라 각각 42%, 4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프랑스 국민 10명 중 최소 4명 이상이 그를 지지했다는 뜻이다.

 

그 르펜이 최악의 사법 리스크에 휘말렸다. 프랑스 1심 법원은 3월31일 르펜의 공금 횡령 의혹 사건 1심에서 징역 4년(전자팔찌 착용 상태로 2년간 가택 구금 실형)에 벌금 10만유로(약 1억5000만원) 그리고 5년간 피선거권 박탈을 선고했다. 그가 2004∼2016년 유럽의회 활동을 위해 보좌진을 채용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꾸며 보조금을 받아낸 뒤 실제로는 자신의 소속 정당에서 일한 당원 급여 지급 등에 쓴 것을 유죄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항소심 판결이 언제 내려질지 모르는 가운데 르펜의 2027년 대권 도전이 불가능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끈하고 나섰다. 그는 프랑스 법원의 선고 직후 입장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르펜은 5년간 선거 출마가 금지됐는데 그는 유력 후보”라며 “매우 큰 문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2024년 11월 대선 이전에 4가지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상황 등을 언급했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은 심각한 잘못을 저질러도 사법부가 아니고 선거에 의해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지율만 높으면 무죄라니,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훼손하는 이들의 일탈이 대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저 개탄스럽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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