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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타깃 로봇 액션… 육중한 타격감 구현했죠”

입력 : 2025-04-01 20:42:34 수정 : 2025-04-01 21: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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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3D 애니 ‘미스터 로봇’ 이대희 감독

“지미집·車카메라 등 실사 찍듯 촬영
할리우드 못지 않은 사운드 만들고
피처럼 냉각수 튀어 유기물 느낌 줘

유아용 만들던 제작진, 신나게 작업
구상 12년 만에 결실… 속편도 낼 것”

‘성인 관객이 즐길 만한 국산 애니메이션은 왜 이토록 적은가’ 하는 아쉬움에 공감하는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4일 개봉하는 3D 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이 그 갈증을 풀어줄 해결사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는 근미래. 로봇 관련 치안을 전담하는 국가 차원 조직 로봇관리대(RCC)가 활동한다. K로봇인더스트리가 출시한 새 로봇 ‘맥스’는 쇼케이스 현장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키고, 이를 처리하던 RCC 대원 ‘태평’은 혼수상태에 빠진다. 깨어난 태평은 자신이 로봇의 몸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를 잃은 K로봇인더스트리 후계자 ‘나나’는 삼촌 ‘강민’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처지가 되고, 맥스는 그런 나나를 지키려 애쓴다.

가까운 미래 한국 도심을 배경으로 폭풍처럼 소용돌이치는 액션은 관객의 신경에 물리적 연타를 날리며 직관적 쾌감을 선사한다. ‘스파이더 맨’처럼 자유로운데, 다른 한편 ‘트랜스포머’처럼 육중하게 맞붙으며 불꽃 튀고 전기가 오른다.

‘미스터 로봇’을 만든 이대희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실사 영화의 묵직한 톤을 구현하기 위해 카메라 워크와 조명 부분에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최상수 기자

이대희 감독은 여태껏 국산 애니메이션에서 찾기 힘들었던 타격감 높은 액션과 현실감 넘치는 비주얼을 선보인다. 횟집 생선의 시선을 그린 장편 데뷔작 ‘파닥파닥’(2012)으로 이름을 알린 이래 3D 애니메이션이라는 한 우물을 깊고 넓게 파는 중인 그를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에서 만났다. ‘파닥파닥’ 개봉 직후부터 구상한 시나리오라니, 12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이번 작품부터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완성도 높은 로봇 액션을 선보였다.

“언리얼 엔진은 원래 애니메이션 툴이 아니라 게임엔진이다. 3D(3차원) 영상을 실시간으로 출력한다. 이전에는 렌더링에 3일, 길게는 일주일이 걸렸는데 결과물을 훨씬 빨리 볼 수 있게 된 거다. 원하는 비전에 가깝게 수십 번씩 테스트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목표로 했던 리얼한 조명 세팅도 테스트로 찾아낼 수 있었다. 영화 ‘존 윅’ 시리즈나 ‘조커’에 나오던, 애니메이션에서는 쓰지 않던 묵직한 조명이다. 카메라 워크도 마찬가지다. 리얼한 액션을 위해 지미집을 타고 인물을 따라가며 찍는다거나, 자동차에 카메라를 붙여서 찍는 등 (실사영화에서) 배우를 촬영하듯이 했다. 3D 애니메이션이니 앵글을 자유롭게 둘 수 있지만, (실사에서) 찍을 수 없는 위치로 카메라가 움직이면 ‘가짜’라는 점이 무의식적으로 느껴져서 영화 촬영 같은 느낌이 안 나더라. 그러다 보니 캐릭터의 연기 톤도 바뀌어야 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에서는 사실 연기 라인이 간단하다. 어린이들에게는 움직임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하니까. 이번 작품에선 달랐다. 감정을 억누르는 연기를 요구했다. ‘움직이지 말고 눈 밑 근육만 떨어주세요’ 하는 식으로 말이다.”

―시청각적 자극이 상당하다.

“스펙터클한 영화적 체험에 중점을 뒀다. 특히 육중한 타격감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로봇이)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주는 쾌감 말이다. 그래서 화면 구성은 물론 사운드에 굉장히 신경을 썼다. 영화 ‘범죄도시’를 담당한 사운드 감독님과 작업했는데,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사운드 체험을 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극장에서 봐야만 느낄 수 있는 묘미다.”

―로봇이 치고받고 싸울 때 피처럼 액체가 튄다.

“냉각수라는 설정이다. 로봇임에도 유기물 같은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로봇의 메인 칩을 머리가 아니라 심장부에 심은 것도 비슷한 의미다. 어떤 관객들은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약간은 말초적인 느낌을 원했다.”

―나나 캐릭터는 보호받는 존재이지만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소녀다.

“위험에 처했다 구출되는 아이가 등장하는 영화들을 보면 아이 캐릭터가 대상화되기 마련인데, 그게 싫었다. 나나가 처한 상황만 놓고 보면 불쌍한 아이인데, 불쌍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위협이 닥쳐도 쫄지 않는 아이. 어찌 보면 자기중심적인 성격인데, 그것 또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애니메이션 종사자들의 과중한 작업량은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이번 작품은 특별히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3D 애니메이션 특성상 캐릭터에 상처가 하나 추가되는 것을 표현하려면 캐릭터를 아예 하나 더 만들어야 한다. ‘맥스’ 경우 시간이 흐르며 꼬질꼬질해지고, 눈 부분이 깨지고, 곳곳이 긁히고, 다리 부서지고 하며 캐릭터를 70개 정도 만들었다. 액션씬이 계속되며 계속 상처가 생기니까. 다행인 건, 팀 전반에 ‘힘들어도 해보자’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많은 제작진이 ‘미스터 로봇’의 스타일을 좋아해 줬다. 이런 하드코어 스타일을 만들고 싶어서 애니메이션 업계에 들어왔는데, 유아용만 작업하니 갈증이 있었다, 이번 작업을 하게 되어 신난다는 분들이 많았다. 그런 열정들이 모여 작품의 퀄리티, 밀도가 훨씬 높아졌다. 각 스태프가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살려 시나리오를 쓱 바꾸기도 했다. 물론 중간에 힘들어서 나간 분들도 많이 계신다.”

―‘미스터 로봇’의 후속편도 있을까. 그 밖의 차기작 계획은.

“후속편의 시나리오는 다 썼다. RCC 정수정 대장을 비롯해 세계관 확대해 더 풀려야 할 라인이 있는 것 같다. 바로 다음 작품은 그 작품은 아니고, 조선 숙종 때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SF 액션물을 계획하고 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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