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반경 100m 이내 접근 통제
찬반 집회 고려 구역 분리 계획도
선고 당일에 갑호비상 발령 방침
안국역사·주유소 등도 폐쇄 예정
관저 인근 등 학교 13곳 임시휴교
재판관들 신변보호 조치도 강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4일로 정해지면서 경찰은 곧바로 헌법재판소 일대 경비를 강화하고 나섰다. 경찰은 헌재에 대한 안전이 담보될 때까지 주변을 ‘진공상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선고일에는 헌재와 윤 대통령 관저 일대 13개 학교가 임시 휴업한다.

◆헌재·광화문, 찬반 나눠 충돌 방지
1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헌재를 중심으로 반경 100m 이내를 차벽으로 둘러싸고 집회와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된 ‘진공구역’으로 만들었다. 헌재와 가장 인접한 지하철 3호선 안국역부터 헌재까지 구간은 경찰을 배치해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헌재에 대한 기능과 안전의 침해가 없어질 때까지 진공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헌재 일대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일어날 것을 고려해 일종의 ‘완충지대’를 구축할 계획이다. 안국역 일대를 차벽으로 분리해 서쪽은 찬성 집회가, 남쪽은 반대 집회가 열리도록 해 양측의 충돌을 막겠다는 것이다. 광화문 일대도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리는 만큼 광장의 세종대왕상을 중심으로 주한 미국대사관과 세종로공원 사이 일대에 차벽과 경찰을 배치해 남쪽과 북쪽으로 찬반 집회를 구분할 예정이다.
안국역사는 안전을 위해 선고 당일 폐쇄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부터 안국역 일부 출구는 폐쇄 조치가 이뤄졌다. 광화문, 경복궁, 종로3가, 종각, 시청, 한강진역 등 집회 인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역사는 역장 판단에 따라 폐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주유소 폐쇄, 드론비행 금지
경찰은 헌재 일대 상점들의 입간판과 화분 등을 치우는 등 혹시 모를 긴장 상황에 대비한 조치에 나섰다. 인근 주유소와 공사장 등 위험시설은 선고일에 폐쇄된다. 선고 전날부터 선고 사흘 뒤까지는 경찰서에 보관 중인 민간 총기에 대한 출고가 금지된다. 헌재 일대 드론 비행도 금지된다.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등 주변 고궁과 박물관은 문을 닫는다. 헌재 인근 건물들은 옥상 폐쇄 조치에 나섰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헌재 인근 계동 사옥에 있는 현대 계열사들은 선고 당일 사무실을 비우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당일 필수 인원만 근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찬반 단체들이 마지막 세 대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선고일엔 수십만명의 집회 참가자가 서울 도심에 집결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선고 당일 경찰 비상근무 태세 중 가장 높은 수준인 갑호비상을 발령한다. 갑호비상에는 경찰의 연가 사용이 중지되고 경력의 100%가 동원된다. 선고 전날인 3일에는 을호비상을 발령해 가용 경력의 50%가 배치된다. 경찰에 따르면 선고일에는 전국 기동대 338개 중 67% 수준인 210개 기동대, 1만4000여명이 서울에 집중 배치될 예정이다. 나머지 기동대는 서울 외 지역에서 발생하는 집회 현장과 주요시설에 대한 경비에 나선다.
아울러 경찰은 집회가 집중된 서울 중구와 종로구 일대를 8개 권역으로 나눠 ‘특별범죄예방 강화구역’으로 설정했다. 총경급인 서울의 각 서장들이 권역을 하나씩 맡아 집회 통제부터 인파 관리, 현장 검거까지 경력을 진두지휘할 방침이다. 나머지 총경들도 기동대나 임시 편성대 등을 맡을 예정이다.

◆朴 선고 때 같은 사고 방지 주력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선고 당시 일부 지지자가 헌재로 돌격하면서 경찰버스의 스피커가 떨어지는 등 4명의 사망자가 나온 데 따라 시위대 진압에 대한 대비도 강화했다. 기동대원들은 방검복을 착용하고 캡사이신, 120㎝ 경찰 장봉 등을 지참하게 된다. 혹시 모를 분신 사고를 대비해 불을 끄는 소화포도 준비했다. 경찰은 서울청 소속 각서 형사팀에서 460여명을 동원해 헌재 일대 관리에 나선다. 지난 서울서부지방법원 난동 사태와 같은 집단불법행위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검거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처할 방침이다. 긴급 상황을 대비해 안국역 주변에는 190명의 구급요원과 구급차 등 장비 32대가 배치된다.
선고일에는 헌재와 용산 대통령 관저 인근 13개 학교가 임시 휴업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헌재 인근에 위치한 재동초·재동초병설유치원·운현초·운현유치원·교동초·서울경운학교·덕성여중·덕성여고·중앙중·중앙고·대동세무고의 4일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대통령 관저 인근의 한남초와 한남초병설유치원도 4일과 7일 임시 휴업한다. 광화문 인근 학교인 덕수초와 덕수초병설유치원은 정상적으로 수업하지만 돌발 상황에 대비해 등하교 지원에 나선다. 시교육청은 2∼5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통학안전대책반을 운영해 시위대와 학생들의 접촉을 막기로 했다.
경찰은 선고일 전후 헌재 일대 집회에 따른 차량 통제로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며 대중교통 이용을 당부했다. 세종대로, 율곡로, 사직로 등을 통제하고 교통경찰 810명을 투입해 차량 우회 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다.
◆재판관들 신변 보호 인력 추가
헌법 재판관들의 신변 보호는 강화된다. 최근 헌재 인근에서 국회의원들에 날계란을 투척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헌법 재판관의 자택 주소가 공유되는 등 신변 위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전날 경찰청 정례브리핑에서 “탄핵심판 전후 신변 보호 인력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며 “자세한 내용이나 몇 명이 배치되는지 등은 신변 보호 차원이라 말씀드릴 순 없지만 그런 문제가 없도록 자택과 헌재 주변까지 철저한 신변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2일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경비 대책을 논의한다. 이 대행을 비롯한 경찰청 지휘부, 서울청 공공안전차장 및 경비·정보부장, 기동본부장 등은 경찰청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전국 시·도 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은 화상으로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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