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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의마음치유] 착한 척 속이는 뇌, 속는 척 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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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02 23:11:03 수정 : 2025-04-02 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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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우치기보다 자기 잘못 정당화해 죄책감 지워
확신 강할수록 과오 인정 안 해… 남 탓만 일쑤

우리는 다른 사람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속이며 산다. 스스로 지어낸 거짓을 진실이라고 믿으며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속이는 주체와 속는 주체가 동일할 때, 이것을 자기기만(self-deception)이라고 한다. 단순한 거짓말이나 착각과는 다르다. 진실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그것을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심리 기제를 일컫는다.

어떤 상황에서 자기기만에 빠져들까? 경우는 다양하지만 본질은 하나다. 자아 이미지가 심각하게 손상될 위기가 닥쳤을 때다. 사람들은 누구나 “나는 올바른 사람이다. 나는 정의로운 시민이다. 나는 훌륭한 리더다.” 같은 긍정적인 자기개념(self-conception)을 구축하고, 그것을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쓴다.

김병수 정신건강전문의

그런데 이렇게 구축한 자아상이 무너질 위험에 놓이면 괴로워서 견디기가 어렵다. 그래서 자기개념에 부합하지 않는 사실은 윤색하고, 아예 없었던 것처럼 기억에서 지우기도 한다. 그렇게 변질된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고 스스로를 속인다. 자신의 믿음에 반하는 증거가 나와도 무시하거나, 진실에 강한 의혹을 제기해서 거짓을 믿게끔 만든다. 이쯤 되면 거짓말을 진짜처럼 할 수 있게 된다.

자기기만에는 이득도 있다. 민낯의 자기 모습을 그대로 마음속에 담아둔 채 편히 잠들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자기기만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부끄러운 특성은 의식 아래로 눌러둘 수 있다. 이상적인 자아상을 실제 자기 모습인 양 믿게 되니 기분 좋게 살 수 있다. 잘못을 저질러도 당당할 수 있다.

벗어나기 힘든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면 자기를 속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자신에게 불리한 사태를 알아차린 한 인간이, 어떻게 해서든 반대의 사태를 믿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는 것이다.

정치인이 거짓을 진실인 양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라며 경악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함정에 빠진다. 인간은 원래 인과론적 설명을 꾸며내는 데 능하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들에는 그 원인 또한 수없이 많다. “왜 그렇게 했느냐?”라는 물음에 대한 답도 우리의 상상력만큼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니 잘못을 저질러도 “내 잘못이다.”라고 뉘우치기보다는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게 편하다. 거짓말로 자신을 속이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면 죄책감 없이 두 발 쭉 뻗고 잘 수 있다.

인간은 선하지도 않고 악하지도 않다. 선하면서 악하다는 말이 인간 본성에 대한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평소에는 착하게 살다가도 경쟁에 이기기 위해, 돈을 더 많이 벌려고, 더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 부정의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그 과오를 정당화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를 진실이라고 믿으며 자신과 타인을 속이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나약한 본질이다.

“나는 거짓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라고 장담해선 안 된다. 자신은 언제나 옳고, 자신의 행위는 언제나 정당하다는 확신에 찬 사람이 더 문제다. 확신이 강할수록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에게는 선하고 고결한 동기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기 때문에 누구 말도 듣지 않는다. 자기기만에 빠진 줄도 모른 채 남 탓만 하게 된다. 자신에겐 선량한 진실만 가득하다고 확신하는 사람에게는 자기 교정의 가능성조차 없다.

 

김병수 정신건강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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