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나무와 숲

관련이슈 다문화 칼럼 함께하는 세상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5-04-02 23:11:48 수정 : 2025-04-02 23:11:48

인쇄 메일 url 공유 - +

매년 4월 즈음 나는 용문산에 가곤 한다. 나무들이 새 잎사귀를 한껏 자랑하는 이 시기에, 용문산은 푸르름으로 가득한 생기를 내뿜는다. 바쁜 일상 속에서 오랜만에 산을 찾아도 나무들은 늘 그 자리에서 한결같이 나를 반긴다. 이러한 변함없는 환대가 나를 다시금 산으로 이끄는 이유일 것이다. 용문산 중턱에 이르면 수령이 천백년이 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그 오랜 세월 저 은행나무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고 겪었을까? 자그마치 사십여 미터의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나무의 수관 아래에 잠시 서 있노라면 어떻게 이렇게 오랜 세월 생명력을 유지해 올 수 있었을까 경탄하게 된다.

나무의 이런 놀라운 생명력의 비밀은 숲이라는 생태계에 있다고 한다. 숲 속의 나무들은 각각 따로 서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땅속에 깊이 뿌리를 내려 서로 공생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뿌리를 내린다’라는 표현의 의미에는 ‘정착한다’라는 뜻도 담겨 있다. 어떤 곳에 정착한다는 것은 자신이 서 있는 세계와 관계를 맺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숲 속의 나무들은 뿌리를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삼림생태학자들에 따르면 나무의 뿌리들은 땅속에서 뻗어나가 서로의 뿌리를 부둥켜안으며 일종의 관계의 네트워크를 형성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영양분을 나누기도 하고 서로를 지탱하며 도움이 되어 준다는 것이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나무들은 왜 이처럼 공동체적 존재로 살아가는 것일까? 여러 나무가 모이면 건강한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고, 이러한 생태계는 나무 모두를 더욱 건강하게 생존하게 한다. 나무들은 공동체로 살아가기에 기꺼이 도움의 손길(사실은 도움의 뿌리)을 내밀며 서로를 보살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숲의 나무들이 오랜 기간 생명을 유지하는 비결일 것이다. 마치 용문산 나무들처럼 말이다.

사회는 어떤 의미에서 숲과 닮은 듯하다. 다양한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이룬다. 건강한 사회란 건강한 숲의 생태계와 비슷하다. 뿌리가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숲을 만들어내듯이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건강한 공동체감을 가질 때 우리는 봄의 숲처럼 생명력을 품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감이 결여된 사회에는 개별적 집단과 개개인만 남는다. 우리 한국사회는, 우리 지역사회는, 우리 작은 동네는 과연 얼마나 이러한 공동체감을 키워가고 있는가? 우리는 과연 건강한 숲이 되고자 하는가? 4월을 맞아 나무와 숲으로부터 공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신민아 '순백의 여신'
  • 신민아 '순백의 여신'
  • 차주영 '시크한 매력'
  • 수지 '청순 대명사'
  • 에스파 윈터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