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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 안 돼” 님비에 막혀… 21년 만에 준공된 송전선로

입력 : 2025-04-02 18:26:28 수정 : 2025-04-02 21: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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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3500억 전력구입비 절감
발전제약 해소하기엔 역부족
국내 최장기 지연사업 ‘오명’

약 40㎞의 송전선로를 준공하는 데 꼬박 21년이 걸렸다. 공사 진척이 1년에 채 2㎞도 되지 않은 셈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돼 전력 수요가 급증한 충남 천안·아산 등지에 전력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6.3㎞는 끝내 땅속에 묻었다.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만 2조원대로 추산된다.

 

대표적인 님비(NIMBY·‘우리 집 뒤뜰은 안 된다’는 뜻으로 지역이기주의를 말함) 사례로 꼽힌 북당진∼신탕정 345㎸ 송전선로 준공식이 2일 충남 당진시 송악읍 서해대교 인근 해상철탑에서 열렸다. 2000년 초 발생한 경남 밀양 765㎸ 송전탑 건설 갈등을 비롯해 현재 진행형인 경기 하남 변전소 증설 문제까지 전력망 확충 문제로 지역주민과 갈등이 격화한 전례는 적지 않다.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건설 역시 인근 주민의 소음·전자파 피해, 농작물 훼손, 철새 영향 등을 이유로 한 민원이 폭주해 공사가 중단되기 일쑤였다.

이 송전선로는 충남 서해안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충남 내륙과 경기 남부로 보내는 송전망이다. 송전선로 용량은 1.3GW로 평택 반도체 단지, 탕정(아산) 디스플레이 단지 등에 공급한다. 2003년 사업에 착수하며 당초 2012년 6월 준공을 목표했으나 이보다 12년 지연된 지난해 11월22일부터 운전을 개시했다. 사업 착수부터 총 사업 기간은 21년 소요돼 ‘국내 최장기 지연사업’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처음에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수만V 수준의 고압이다. 이 전기가 변전소, 변압기 등 여러 전력설비를 거치며 일상에서 쓰는 220V 전압으로 전달된다.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충남 발전소 전기를 345㎸ 고압으로 보내는 중간 역할을 한다.

 

그동안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더라도 이를 보낼 송전선로가 없어 발전소는 억지로 발전량을 줄여야 했다.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로 운용하는 1.3GW가 확보되기 전까지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 발전제약이 발생했다.

준공된 송전선로. 충남도 제공

값싼 석탄화력발전 전기 생산이 제약되면서 한국전력은 필요한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이보다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전력을 사야 했다. 정부는 연간 약 3500억원씩 발생했던 한전의 LNG 전력 추가구입비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아직 발전제약이 모두 해소된 건 아니다. 당진화력발전소에도 최대 약 2GW 발전제약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가 규모는 크지만, 발전제약이 완전히 해소되려면 송전선로가 몇 개 더 건설돼야 한다”며 “해당 지역에 건설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 민원으로 입지 선정만 78개월이 지연됐고, 당진시의 인허가 지연과 법적 분쟁으로 다시 72개월이 늦어졌다.

 

지난 2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특별법) 국회 통과로 앞으로 이런 문제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특별법 적용 기준은 총리실 소속 국가기간 전력망확충위원회가 별도로 규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박유빈 기자, 당진·천안=김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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