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계속 압력 땐 단호히 반격”
자국 기업 美 신규 투자 제한 조처
EU집행위장도 “강력한 계획 있다”
글로벌 전면전 우려 속 대응 부심
표적 관세 추진한 英 “국익 우선”
이스라엘 “관세 철회” 선제적 방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글로벌 차원의 전면전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될 백악관 상호관세 발표를 눈앞에 두고 세계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중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은 강력한 보복 방침을 천명했고, 이스라엘은 먼저 대미 관세를 철폐하며 자세를 낮췄다. 업계 차원에서 각자도생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마약류인 펜타닐의 미국 유입을 빌미로 두 차례에 걸쳐 10%씩 관세 폭격을 맞은 중국의 왕이(王毅)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1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미국이 진정으로 펜타닐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이유 없는 관세 인상을 철회하고 중국과 평등한 협상을 해 호혜·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미국이 한사코 압력을 가하고, 심지어 계속해서 각종 위협(訛詐)을 가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히 반격(反制)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등에 10∼15%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을 한 바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2일 오후 4시(한국시간 3일 오전 5시) 발표하는 상호관세 내용에 따라 추가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또 중국은 최근 자국 기업의 신규 대미 투자를 제한하는 조처를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앞으로 있을 미·중 무역 협상에서 더 많은 카드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유럽의회 본회의 연설을 통해 미국을 향해 “필요시 보복할 수 있는 강력한 계획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만 “반드시 보복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협상에 열려 있으며 강점을 활용해 접근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아 협상 여지를 남겼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그러면서 “유럽은 통상에서 기술, 시장 규모에 이르기까지 (협상에 필요한) 아주 많은 카드를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EU는 지난달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청바지,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위스키 등 상징성이 큰 미국 수입품을 위주로 최대 260억유로(약 41조원)의 미국산 제품에 50%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고, 철강·알루미늄·농축수산물 등 180억유로(28조원)에 달하는 2차 관세 부과를 위해 회원국들과 협의 중이다. 다만 프랑스가 와인, 코냑 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위스키 관세에 난색을 표하는 등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달라 입장 조율에 애를 먹고 있다. 1차 보복 관세 부과 시기도 4월 중순으로 한 차례 미뤄둔 터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이날 전화통화를 통해 “앞으로 어려운 시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각자 주권을 존중하면서 북미의 경쟁력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카니 총리는 또 “캐나다를 겨냥한 부당한 무역조치에 맞서 싸우겠다”면서 “캐나다 노동자들과 기업을 보호하고 캐나다 경제를 강화하며 멕시코와의 무역을 확대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고 캐나다 총리실은 전했다.

영국, 멕시코, 일본 등은 막판 협상을 통한 관세 축소 또는 면제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영국은 일부 제품에 대한 ‘표적 관세’ 방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키어 스타머 총리는 이날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즉각적인 보복 관세를 부과하느냐는 질문에 “반사적 행동이 아니라 차분하고 침착한 접근법이 국익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디지털 서비스세’ 삭감, 멕시코는 ‘마약사범에 대한 범죄인 인도 조치’를 관세 부과 예외국 우대를 받기 위한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2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를 진행하는 등 필요한 대응을 끈질기게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 내 재고를 늘리기 위해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량을 옮겨두거나 생산 거점을 관세 영향이 덜한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으며, 쌀 가공식품 업체는 호주, 아시아 등으로 수출 다변화를 꾀하는 등 업계 자체적으로 대응책을 모색 중이라고 NHK방송 등이 전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총리, 재무장관, 경제장관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산 수입품 전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CNN방송은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레이더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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