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온화해지면서 겨우내 앙상했던 나뭇가지마다 연두색 새잎이 돋아나고 있다. 이 시기 찰피나무(Tilia mandshurica)도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겨울눈을 겹겹이 감싸고 있던 갈색 별 모양의 털 껍질을 벗고 새로운 잎을 싹틔운다.
찰피나무는 피나무과 피나무속의 큰키나무로, 우리나라 전역의 숲속과 계곡 주변에서 높이 20m까지 자란다. 나무 모양이 아름답고 잎, 꽃, 열매가 관상용으로도 가치가 높아 정원수나 가로수로도 많이 쓰인다.

‘찰피나무’라는 이름은 찰진 껍질에서 유래되었다. 예로부터 질긴 껍질은 밧줄, 농기구, 생활용품, 옷감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목재도 단단하고 질겨 고급가구나 전통악기인 가야금, 거문고, 아쟁 등의 제작에 사용되어왔다.
보통 5∼7월 꽃차례 하나에 7∼20개의 연노랑 꽃이 피는데, 꿀 생산량이 많아 양봉 농가에서 선호하는 밀원수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게다가 찰피나무 꿀은 맛과 향이 뛰어나고 영양가가 풍부하여 고급 꿀로 인정받고 있다.
9∼10월에는 갈색 열매가 맺히는데 둥글고 작고 단단하며 표면에 잔잔한 무늬가 있어 예로부터 염주를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최근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3년간의 연구를 통해 찰피나무 잎 추출물이 피부 보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유해 물질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효과를 밝혀 이를 특허로 출원했다. 해당 출원은 기술이전을 통해 민간 부문에서 기능성 화장품으로 개발되었으니, 미세먼지가 많아지는 환절기에 우리의 피부 건강도 찰피나무를 통해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찰피나무는 목재, 약재, 화장품 등 각종 용도로 우리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소중한 자원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주는 이런 쓰임새 이외에도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제각기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지속 가능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손연경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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