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1만명 학살설’로 지지층 선동
절제와 자중으로 상처 치유해야

헌법재판소가 오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선고한다. 12·3 비상계엄 선포로 온 나라가 갈등과 혼란 속으로 빠져든 지 122일 만이다. 그사이에 미국 트럼프발 통상 압박 등 국내외 도전이 거세졌다.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퇴조하고 동북아 안보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이 중대한 시점에 우리나라는 윤 대통령 탄핵 여부를 놓고 찬반으로 갈려 싸웠다. 정치의 실패가 야기한 퇴행이 아닐 수 없다. 오늘 헌재 선고로 이 모든 갈등과 혼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분열과 반목을 접고 통합과 화합을 만들어가야 한다.
탄핵 찬반 양측은 오늘 헌재 주변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는다. 경찰은 헌재 주변 150m 일대를 차벽으로 둘러싼 채 집회·시위가 불가능한 ‘진공 영역’을 만들고 갑호 비상령을 발령했다. 찬반 집회 사이에 완충 구역을 설정했다고는 하지만 불상사가 우려된다. 상황이 엄중하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승복 선언을 회피하고 있다. 이 대표는 어제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제주 4·3 계엄에 의한 국민 학살이 단죄되지 못해 80년 5월 계엄령에 의한 국민 학살이 이어졌고, 그에 대한 책임 역시 완벽하게 묻지 못해 계엄에 의해 군정을 꿈꾸는 황당무계한 일이 일어났다”며 “12·3 친위 군사쿠데타 계획에는 5000∼1만명의 국민을 학살하려던 계획이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니 헌재 결정이 뜻대로 나오지 않으면 불복하라는 건가.
헌재 결정으로 한쪽은 깊은 상실감과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이는 또 다른 갈등을 키우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비상계엄 사태가 남긴 상처와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선 다른 한쪽의 절제와 자중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 나라는 조기 대선의 소용돌이 속으로 진입하게 된다. 탄핵소추가 기각돼도 그에 못지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정치권은 광장에서 분출되는 갈등을 제도권 안에서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다.
국민은 1987년 헌재를 부활시키면서 헌정 질서 수호의 최종 역할을 헌재에 맡겼다. 그 누구든 헌재의 결정에 조건 없이 승복해야 하는 이유다. 어제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탄핵심판 결과와 관련해 응답자 44%는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냈다. 절반 가까운 국민이 법치를 거부하는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나. 승복만이 대한민국 공동체를 떠받치고 있는 ‘법치’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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