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신분… 일단 ‘정중동’ 행보
집권플랜 본부 등 일찌감치 꾸려
대선 준비 여유… 서두를 것 없어
“대선 1년 전 대표 사퇴” 규정에
특별 당헌·당규 개정 절차 필요
대세론에 경선흥행 저조는 고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 선고를 받고 이틀이 지난 6일에도 외부 일정이나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당 내부에서는 당 대선 경선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등 실무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대표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이 대표가 당장 대권 행보에 뛰어들 수는 없는 상황인 만큼 ‘정중동’ 행보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가 있던 지난 4일 국회에서 ‘긴급 입장 발표’를 한 뒤로 5일과 6일 별도의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잠행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르면 8일 조기대선 날짜를 정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대표는 조기대선 날짜가 정해진 직후인 8일이나 9일쯤 당 대표직에서 사퇴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이 대표가 9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사퇴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당헌에서 당대표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때에는 대통령선거일 전 1년까지 사퇴하도록 정해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두고 있다. 다만 지난해 6월 당헌 개정을 통해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당대표 및 최고위원의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당헌을 개정한 바 있어 당무위 의결 등을 통해 대표직에서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특별 당헌·당규 개정 등 여러 절차와 준비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할 경우, 지도부 총사퇴 가능성과 박찬대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대선까지 당을 이끄는 방안 등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조기 대선 모드로의 전환을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대표직을 연임한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 체제를 변화시켜 왔고, 대선을 위한 움직임도 차근차근 진행돼 왔다는 평가다. 당 내부에서는 당 공식 조직이 곧 이 대표 대선 캠프 조직이라는 평가도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지난해 10월 최고위 산하에 김민석 최고위원을 본부장으로 ‘집권플랜본부’를 설치해 운영해오고 있고,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에는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의 위원회를 설립, 확대·개편하며 전국 단위 조직을 정비해왔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산하 정책 소통 플랫폼 ‘모두의질문Q’는 대선 공약 밑그림을 담은 ‘녹서’(그린 페이퍼) 작업을, 이 대표가 공동의장을 맡은 민생경제연석회의도 지난해 11월부터 사실상의 대선 공약을 위한 정책 작업을 진행해 오는 중이다. 이 대표 역시 경제·외교안보 분야 등에서 ‘우클릭’ 행보를 보이며 대선 준비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내부에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프레임 대신, 당내 경선을 최대한 흥행시켜야 한다는 부담감도 읽힌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가 윤 전 대통령에게 박빙으로 패배한 만큼 대선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에 주도권을 빼앗겨선 안 된다는 우려다.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하기 위한 당 기탁금 4억원을 줄이고 더 많은 후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올 정도다.
당내에서는 한 권한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강경 일변도의 거대 야당의 이미지보다는 ‘수권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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