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했던 평양 국제마라톤 대회를 6년 만에 개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제31차 평양국제마라톤경기대회가 지난 6일 진행됐다고 7일 보도했다.

경기는 남녀 풀코스(42.195km), 하프(21.097km), 10km, 5km로 나뉘어 열렸고, 북한과 중국, 루마니아, 모로코, 에티오피아 선수들과 폴란드 등 세계 여러 나라의 마라톤 애호가(동호인)들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1981년부터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15일(태양절)을 기념해 국제 마라톤대회를 개최해왔다. 지난해 4월 대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무산되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인 2020년부터 5년 연속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노동신문은 “신호총 소리가 울리자 출발선을 떠난 선수들과 애호가들은 제정된 주로를 따라 힘차게 달리였다”며 “개선거리, 승리거리, 청춘거리를 비롯한 수도의 거리들을 누벼나가는 마라손(마라톤) 선수들에게 근로자들과 청소년 학생들이 손을 흔들고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내면서 고무해주었다”고 마라톤 당일 평양의 분위기를 묘사했다.
폐막식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과 애호가들에게 우승컵과 메달, 상장이 수여됐다. 신문은 “평양국제마라손경기대회는 뜻깊은 4월의 봄 명절 분위기를 더해주고 우리 인민과 세계 여러 나라 인민들 사이의 친선과 유대를 강화하는 데서 의의 있는 계기로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올해 초 서방 단체 관광객의 방북을 돌연 중단한 북한이 외국인 대상 관광 상품을 다시 확대하며 외화벌이에 본격적으로 나설지 주목된다.
고려투어스가 판매한 ‘마라톤 투어’에는 5박 6일 동안 마라톤대회 참가와 함께 평양 시내 곳곳을 돌아보는 관광 일정이 포함됐다. 옥류관, 김일성 광장, 주체사상탑, 평양 ‘뉴타운’ 화성거리, 강동온실농장 등을 방문한다고 여행사는 안내했다.

북한은 코로나 사태로 국경을 전면 봉쇄했다가 지난 2월 말부터 나선 경제특구에 서방 단체 관광객을 받기 시작했으나 며칠 지나지 않아 이를 중단했다. 관광객들이 귀국 후 유튜브와 서방 언론을 통해 북한의 낙후한 모습이나 체제의 부정적인 단면을 증언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됐다.
고려투어스는 이후 북한 여행객들의 사진·영상 촬영을 더욱 엄격하게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북한이 국제 제재 속에서 합법적으로 ‘외화벌이’를 할 수 있는 유일하다시피 한 수단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점사업이기도 한 만큼 북한이 관광 재개를 벼르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일부 구병삼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평양국제마라톤경기대회를 두고 “46개국에서 200여 명 정도의 외국인 선수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본격적인 외국인 관광이 재개되는 계기가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구 대변인은 “최근 북한이 외국인 관광을 재개했다가 중단한 사례가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평양마라톤대회를 예정대로 개최한 만큼 북한 측의 외국인 관광 재개 의지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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