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블록 생산으로 美 과세 노출
‘印尼 제철소’ 포스코 등 영향 우려
업계 “정부 차원 해결책 마련해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 세계 대상 상호·품목관세 부과 탓에 해외에 생산기지를 두거나 외국 업체와 협력 중인 한국 조선·제철사가 타격을 입을까 우려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빅3 중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중국에 선박 블록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2005년 중국 칭다오에 한화해양공정(산동)유한공사를 설립해 선박 블록·부품을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06년 중국 룽청시에 삼성중공업(영성)유한공사를 설립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수주한 수에즈막스급 탱커선(원유운반선) 건조를 하도급 계약을 맺은 중국 조선사에 통째로 맡기기도 했다.
이런 형태의 협업은 앞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대해 규제를 강화해서다. 현재 구체적인 규제 계획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중국에서 생산된 선박 또는 부품 모두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부품 하나하나의 생산지를 확인하고 수수료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다만 통하청이나 블록 생산은 규모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이 어떤 지침을 내릴지 주시하고 그에 맞춰 대응해야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미국의 관세 부과가 워낙 광범위한 나라와 품목을 대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중국 외 다른 나라에 생산공장을 둔 조선, 철강 업체도 그 영향권하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미포는 베트남 회사와의 합작법인인 HD현대베트남조선을 운영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필리핀 수비크조선소 일부를 임대해 사용 중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해양설비 상부 구조물 제작에 특화된 싱가포르 회사 다이나맥을 인수했다. 포스코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제철소를 운영 중이며 인도에도 현지 최대 철강업체인 JSW그룹과 함께 제철소 건립을 논의 중이다.
미국은 베트남은 46%, 인도네시아는 32%, 필리핀은 17%, 싱가포르는 10%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높은 관세로 현지서 인건비, 원자재 등의 가격이 올라갈 경우는 최악이다. 이 경우 저렴한 제조원가를 찾아 해외에 공장을 마련한 이유 자체가 의미를 잃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철강은 이미 25%가 적용돼 있지만, 상호관세로 다른 부가적인 물품들의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 결과 인건비나 물류비 등이 상승해 결국 해외 사업소의 운영에 좋지 않은 결과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관계자는 “결국 정부 차원에서 미국을 상대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줄이는 꼼꼼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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