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단순한 양적인 회복 넘어 질적 성장 꾀해야 할 시점”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쇼핑, 음식 등 ‘바가지요금’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관광 수요는 빠르게 회복됐지만, 서비스 인력 부족과 체계 미비로 인한 불친절·위생 관련 민원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1637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2019년) 대비 93.5% 수준까지 회복했다. 전년도(1103만명)보다 48.4% 증가한 수치다.
15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쇼핑, 교통, 숙박 등 전반적인 관광 경험에 대한 불만 사례가 적지 않게 접수됐다.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2024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를 보면 지난해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접수된 불편 신고는 총 1543건으로 전년 대비 71.1% 증가했다. 이 중 ‘쇼핑’ 관련 신고가 398건으로 전체의 25.8%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다음으로는 △택시(309건, 20%) △숙박(258건, 16.7%) △공항·항공(165건, 10.7%) 순으로 나타났다. 각각 2019년 대비 114건, 103건, 69건 증가했다. 관광공사는 코로나19 이후 단체 관광객 중심의 여행 형태가 개별 자유여행객(FIT) 중심으로 바뀌면서 여행사를 거치지 않는 분야에서 불만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전체 신고 중 외국인 관광객의 비중은 1433건(92.9%)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내국인은 110건(7.1%)에 불과했다. 특히 중화권 관광객의 불만이 1022건(66.2%)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전년 대비 128% 증가한 가운데, 여행 트렌드가 자유여행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한 영향이 컸다.
중국인의 자유여행 비중은 2019년 30% 수준에서 2023년에는 90% 이상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단체 여행 비중은 63%에서 7%로 줄었다. 가장 많은 신고가 접수된 ‘쇼핑’ 분야에서는 가격 시비(23.1%), 직원 불친절(22.6%), 환불 및 제품 교환 요청(14.6%)이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한 일본인 관광객은 “음식점에서 5만3000원어치 치킨을 포장 주문했는데, 카드로 55만3000원이 청구됐다”고 밝혔다.
택시 관련 불만은 전년 대비 81.1% 증가했다. 부당요금 징수 및 미터기 사용 거부(60.2%), 운전사 불친절(10.4%), 난폭운전 및 우회운전(8.7%) 순으로 나타났다. 숙박 분야 불만도 81.7% 늘었으며, 시설 및 위생관리 불량(34.5%), 예약취소 및 위약금 관련 문제(24.4%), 서비스 불량(18.2%)이 주요 항목이었다.
대부분의 불만이 ‘직원 태도’, ‘바가지 요금’, ‘위생 불량’ 등에 집중된 점을 들어 ‘관광 서비스 수용태세 개선 캠페인’ 등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관광공사는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한국 관광산업이 단순한 양적 회복을 넘어 질적 성장을 꾀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고 말한다.
특히 “쇼핑 시 바가지 요금, 불친절, 위생 문제 등이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단순한 민원이 아닌 한국 관광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관광 트렌드가 개별 자유여행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전통적인 단체 관광 위주로 구성된 서비스 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단기 캠페인이나 일회성 단속을 넘어 △관광 종사자에 대한 서비스 교육 강화 △외국어 안내 시스템 정비 △공정한 가격 정책 확립 등 지속 가능한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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