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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이 물로, 예찰 중에”…대형 산불 위기 막은 전∙현직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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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08 12:57:10 수정 : 2025-04-08 12:5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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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군 전∙현직 공무원이 자칫 대형 산불로 번질 뻔한 위를 막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충북 영동군 학산면에서 대형 산불 위기를 막은 문영근∙김혜숙씨 부부. 영동군 제공

영동군은 8일 학산면과 용산면에서 10여일 전 산불 진화 일화를 소개했다. 군은 당시 전국적인 동시다발 산불로 소방당국 행정력이 소진됐다시피 했던 시기이고 지난달 22~24일 발생한 옥천∙영동 지역 산불로 산림 40㏊가 소실되면서 초기 진화가 중요한 시기라고 분석했다.

 

학산면 도덕리 마섬마을에 사는 문영근(78)·김혜숙(71)씨는 공직 생활을 뒤로하고 귀촌한 부부다. 부부는 지난달 25일 오후 집에서 쉬던 중 중 갑자기 정전되자 이상함을 느끼고 밖으로 나갔다. 집 뒤편 야산에서 강풍에 쓰러진 잣나무가 연이어 넘어지며 전선을 건드려 불꽃이 튀는 것을 봤다.

 

부부는 침착했다. 문씨는 불길이 번지기 시작하자 대빗자루를 들고 불을 끄기 시작했다. 아내 김씨는 한전 등에 신고하고 양동이를 들고 근처 개울로 달려가 물을 퍼 날라 진화를 도왔다. 전기가 끊겨 모터 펌프가 작동하지 않은 탓이다. 부부가 잔 불씨까지 정리하며 불은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진화됐다.

 

충북 영동군 학산면 문영근씨가 화재 진화 장소에서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영동군 제공 

문씨의 집은 산 중턱에 위치해 초기 대응이 늦었다면 자칫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문씨는 “평소 같았으면 복지회관에 나갔을 시간인데 그날따라 집에 있었다”며 “우연이 큰 피해를 막은 셈”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용산면 부릉리 인근 한 비닐하우스에서도 불이 났다. 근처를 지나며 예찰 활동을 하던 군청 환경과 소속 공무원 4명은 연기를 보고 119에 신고하고 초동진화에 나섰다. 이어 헬기 2대와 소방차 2대, 경찰차 1대, 산불진화대 차량이 50여분 만에 불길을 잡았다. 당시 화재 원인은 스마트팜 제어장치 전기 누전으로 추정했다. 영동군 관계자는 “주민과 공직자의 신속한 대응이 없었다면 큰 피해로 이어질 뻔했다”며 “모두 경각심을 갖고 산불 예방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동=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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