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복잡한 이슈 연결, 민관협력 강화 절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 5일부터 모든 나라를 상대로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했으며, 9일부터는 국가별로 상호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대응하느라 분주해지고 있다. 가장 높은 상호관세를 적용받게 된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34% 보복관세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24%의 상호관세율을 받은 일본은 미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미국과 충돌을 피하려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외교적으로 동맹관계이며 경제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한국과 미국의 무역장벽은 매우 낮았기에 25%의 상호관세율은 체감적으로 매우 높게 느껴진다. 또한 정치적 혼란으로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으로 정상외교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은 불안감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일수록 우리는 미국 관세정책의 변화가 초래할 위기를 분석하고 적절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관세는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의 경쟁 관계에 영향을 미쳐 경제적 효과를 유발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규모를 가진 미국의 정책변화로 일반적인 관세와는 다른 경제적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산업의 경쟁 관계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환경을 변화시킨다.
먼저 이번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초래할 가장 큰 위기는 시장의 위축이다. 관세율의 인상으로 수입가격이 상승하면서 미국 소비자의 수요는 감소하게 될 것이다. 또한 수입상품 가격의 상승은 물가를 상승시켜 미국의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국 시장의 위축으로 수요가 감소되어 성장동력이 약화되는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침체의 위기 속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이번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한국 기업의 채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세계 소비시장인 미국의 수요 감소는 세계적으로 초과 공급이 증대되어 미국 이외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내수 시장에서 경쟁국의 수출공급이 확대되어 가격이 하락하므로 국내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시장의 공정한 경쟁질서가 위협받게 되고 국내 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국내 경쟁 환경이 무너지지 않도록 시장 모니터링 체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미국의 관세정책에 대한 성급한 대응으로 투자의 효율성이 악화될 수 있다.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미국 시장을 상실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미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려는 유인이 많다. 하지만 미국은 제조업 부문에서 비교우위가 높지 않은 나라이다. 이는 미국에 대한 투자의 효율성이 낮아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관세의 경제적 효과는 단기적으로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크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관세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투자는 단기적이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효과를 유발한다. 그러므로 관세로 인해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영향을 피하기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결정하는 것은 향후에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관세정책 변화에 대해 조급하고 성급하게 대응하기보다는 장기와 단기를 구분하여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대한 대응은 국가 간 경쟁의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 상호관세는 국가별로 다르게 부과되므로 트럼프 정책에 대한 대응이 직접적으로 국가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미국 정부와의 효과적인 협상을 위해 경쟁 아닌 경쟁을 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관세정책은 세계 경제의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다양하고 복잡한 이슈들이 연결되고 있다. 이런 복잡한 문제 앞에서 국가의 리더십과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환경일수록 정부와 산업의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새로운 차원의 민관협력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도전을 극복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최영준 경희대 교수·무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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