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용 전기료, 농사용 수준 요청”
사실상 40% 이상 단가 할인 요구
전국 학교 부담 비용 4년새 72%↑
스마트기기·냉방기 확대 등 영향
기후단체 “학교가 기후위기 앞장”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최근 정부에 학교 전기요금을 깎아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현재 ‘교육용 요금’을 적용받아 할인받는 데서 나아가 ‘농사용 요금’ 수준까지 단가를 낮춰달라는 것이다. 교내 스마트 기기와 냉·난방기 보급 확대 등으로 학교 전기요금이 4년 새 70% 이상 뛰는 등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후·환경단체들은 이런 시도교육감들의 주장에 대해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라고 비판하고 있다. 안 그래도 원가 이하 전기요금에 따른 한국전력공사(한전)의 200조원대 누적적자 문제,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지체 등이 우리나라 기후 대응의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가르치는 교육당국이 다른 대안 없이 추가 인하만 요구하고 나선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말 총회를 열고 ‘교육용 전기요금 단가 인하 요구’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냉·난방 운영 축소, 학교 재정 악화 등 사유를 들어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에 교육용 전기요금 판매단가를 농사용 수준으로 인하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h당 교육용 판매단가는 143.0원, 농사용 82.1원으로 사실상 40% 이상 깎아달라는 요구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교육부·한전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공립 유치원, 공·사립 초·중·고·특수학교의 지난해 전기요금 부담분은 총 7260억원으로 4년 전(4223억원) 대비 71.9% 늘었다. 자연스레 전국 학교 운영비 내 전기요금 비중도 커졌다. 2020년 3.68%이던 데서 지난해 4.12%까지 증가한 것이다.
다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학교 전기요금 부담 증대 이유를 ‘전기요금 인상’만 꼽았지만 실제로는 ‘전기 사용량 증가’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전이 교육용으로 판매한 전력량을 따져보면 2020년 7515GWh에서 지난해 9433GWh로 약 25.5% 늘었다. 같은 기간 고객 호수(2만996호→2만705호)가 1.4% 정도 줄어든 것까지 감안하면 개개 학교의 전기 소비는 더 많이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은 백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을 통해 교육용 요금 추가 인하 요구에 대해 “교육용 요금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타 종별 대비 낮은 수준의 요금을 유지 중이며 초·중·고교 및 유치원은 특레도 적용돼 추가 요금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며 “추가 인하는 다른 전기 사용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으며 사용량 증가 추이를 볼 때 효율적 에너지 소비를 위한 가격 신호 제공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전기 소비 관리를 위한 요금 인상 필요성을 시사한 것이다.
기후단체는 교육 현장에서 기후 교육을 이끄는 시도교육감들이 전기요금 추가 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게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교내에서는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그 대응을 강조하면서, 정작 학교가 먼저 나서 전기요금을 낮춰달라고 하는 건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해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전기요금 부담 문제는 각 학교 설비 개선이나 태양광 발전 지원 등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한전 누적적자와 기후위기 대응을 지체시키는 요금 인하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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