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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로 버려야 할 물건을 구호품이라며 착불로 보내”…이재민들 ‘울분’

입력 : 2025-04-09 20:00:00 수정 : 2025-04-09 18: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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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지역을 휩쓴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을 위한 기부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낡고 훼손되거나 쓸모 없는 물품들을 ‘구호품‘이라는 이름으로 보내고, 착불로 보내는 일도 벌어지고 있어 논란이다.

 

SBS 보도 갈무리

지난 8일 TBC는 청송 국민체육센터에 들어온 기부 물품 중 쓰레기와 같은 물건들을 보고 울분을 터뜨리는 이재민들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산불 이후 쏟아진 기부 물품에는 이재민에게 꼭 필요한 물품들도 많았지만, 차마 사용하기 힘든 물품들도 일부 섞여 있었다. 일부는 기름때가 묻은 국자, 코팅이 벗겨진 후라이팬 등 해지고 낡은 옷 등 실사용이 어려운 수준이었으며 일부는 ‘착불 택배’로 보내져 지역 주민과 단체 관계자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청송군 한 비영리단체 관계자는 “쓰레기로 버리는 것들을 보내줬다. 진짜 눈물 나고 속이 상한다. 전부 다 착불로 보내서 착불 비용이 우리 기관에서만 70만 원 넘는 돈이 나왔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청송군에 도착한 구호품 중 사용이 불가능해 폐기한 양만 11t에 달하는 실정이다. 지자체와 단체들은 오히려 처리 비용과 인력 부담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피해 지역 주민들 역시 “헌 구두, 헌 옷 받는 게…우리가 거지도 아니고. 도와주는 마음은 좋은데”, “차라리 안 보내는 게 낫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SBS 보도 갈무리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9년 강원도 고성군과 속초 일대에 대형 산불 발생 당시, 전국에서 구호물품으로 보낸 헌 옷 53t 중 30t이 폐기된 사례가 있었다.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헌 옷을 기부하면 이재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옷을 보관하고 처리하는 데 적지 않은 인력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오히려 짐이 될 수 있다. 결국 해당 지역에서 “헌 옷을 보내지 마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튀르키예 강진이 발생한 2023년 2월 주한튀르키예대사관은 “중고물품은 받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대사관 측은 SNS에 “현지 상황이 아주 열악해 보낸 물품을 소독하고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사관에서 기증받은 물품을 다 소독해서 보내기엔 시간이 촉박하기에 중고물품 기증은 받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산불 사태로 전국에서 모인 성금이 11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2022년 동해안 산불 당시 성금 800억 원을 뛰어넘는 액수로 역대 재난 구호 성금 모금액 중 최대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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