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압박뿐 아니라 국민의힘에서도 출마 등쌀에 시달리고 있다. 조기 대선에서 선거 관리에 집중해야 할 한 권한대행의 거취가 정치권의 쟁점 하나로 떠오른 상태다.

국민의힘 일각, 한덕수 ‘경선 차출론’ 불 지펴
국민의힘 신동욱 지난 9일 당 원로 격인 상임고문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분이 한덕수 대행이 이번 경선에 참여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했다”며 “(경선 출마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밝혔다. 한 참가자는 “다들 (한 대행을) 경선에 모시는 게 어떠하냐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황우여 위원장은 10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의원 중에 (한 대행을 추대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 대행 본인도 준비기간이 없기 때문에 (출마 의사가 있다면) 열차에 빨리 타셔야 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차출론’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전부터 국민의힘 내에서 제기돼 왔다. 한 대행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대행을 맡아 국정을 이끌다가 민주당에 의해 탄핵소추 당했다.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했다. 민주당의 탄핵 공세에 시달리면서도 살아남은 ‘서사’를 지닌 데다, 민주당 압박에 굴하지 않고 소신 대로 결정하는 뚝심을 보여준 점이 보수 진영의 호감을 샀다.
한 대행은 지난 8일 대통령 몫인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하며 민주당의 재탄핵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당 “대선 출마는 헛된 꿈, 탄핵해야”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한 대행 차출론에 “망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대행을 향해 “항간의 소문대로 대통령 꿈을 꾸고 있다면 헛된 꿈이니 얼른 꿈 깨시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우리 국민이 또다시 망상에 빠진 헌법 파괴자를 대통령으로 뽑아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거대한 착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총리는 헌법수호, 내란종식, 민생회복과 국가 정상화를 하라는 국민의명령을 노골적으로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를 거부한다면) 한 총리는 120년 전 을사오적처럼 역사의 죄인으로 오명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당장 헌법재판관 지명을 철회하라. 민주당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내란수괴 대행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같은당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언급하며 “지금 탄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본인이 유발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며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자기 권한 밖의 행동까지 했는데 한 대행이 대통령 선거를 관리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 대행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것과 관련해선 “제가 보기에 일부러 맞춰서 통화한 게 아닌가 싶다. (본인이) 역할하는 걸 보여주기 위해 기획해서 딱 시기를 맞춘 것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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