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 정책이 공화당 내 이견을 뚫고 하원을 통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걷어 감세 정책으로 인한 세수 결손을 보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대규모 감세로 인해 재정 적자가 발생하면 관세 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을 추진할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의 예산 청사진을 통과시켰다. 예산안은 찬성 216표, 반대 214표로 가결됐다.
이 예산안은 향후 10년간 최대 5조3000억 달러(약 7700조원)를 감세하고, 미국연방정부의 지출을 40억 달러(약 5조원) 삭감하는 대신 부채 한도를 5조 달러(약 7200조원)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같은 내용의 결의안이 지난 5일 상원을 통과했지만 하원에서는 공화당 다수 의석에도 불구하고 ‘예산 보수파’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보수파들은 연방정부 지출 삭감액이 그간 요구해 온 2조 달러(약 2900조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며 이 경우 감세에 따른 연방정부의 적자를 심화할 수 있다고 난색을 보여 왔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전날 보수파 의원들과 막후 논의를 벌였으나 설득에 실패해 표결을 하루 미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와 백악관 면담 등을 통해 보수파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하원의장도 기자회견을 열어 최소 1조5000억 달러(약 2100조원)의 지출 삭감을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끝에 아슬아슬하게 가결 정족수를 확보했다.
이날 통과된 예산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당시 주요 성과로 꼽아 온 2017년 감세 정책을 연장해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전반적인 청사진만 제시할뿐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향후 세부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공화당 내 이견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수입으로 감세로 인한 세수 결손을 메운다는 계획이지만, 대규모 감세로 인한 재정 적자 가능성은 관세 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 및 이에 따른 세수 결손 우려와도 맞물려 있다. 공화당 내 온건파 의원들은 지출 삭감이 저소득층이나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의료 보장 제도의 범위를 좁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안이 하원을 통과한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중요한 정책 중 하나를 위한 무대가 마련됐다”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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