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미국 측과 관세 관련된 협상에 나선다.
11일(현지시간) EU에 따르면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담당 집행위원은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 측 카운터파트와 회동한다.
이번 회동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90일간 국가별 상호관세 유예 결정에 따라 집행위도 보복조치 시행을 보류하기로 결정한 지 나흘 만이다.

집행위는 애초 15일부터 미국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산 상품에 최고 25% 추가 관세를 단계적으로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이를 90일간 보류하기로 했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의 방미는 이번이 세 번째이다.
앞선 두 차례 방미 때는 미국 측이 상호관세 발표(4월 2일) 전에는 협상할 수 없다고 해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집행위는 이미 제안한 자동차와 모든 공산품에 대한 ‘상호 무관세’ 합의를 끌어내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올로프 질 집행위 무역담당 집행위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과 상호 관세를 0%로 줄이겠다는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대서양은 물론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관세전쟁을 피하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까지는 EU의 무관세 제안에 거부 의사를 밝히고 대신 에너지 수입 확대를 요구한 상태다.
집행위는 협상 불발에 대한 대비책도 준비 중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전날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보복 조처를 마련하는 중”이라며 “협상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광범위한 대응조치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상호관세에 대한 보복책의 하나로 미국이 EU를 상대로 무역 흑자를 기록 중인 서비스 부문을 겨냥할 수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유럽 내 서비스의 80%는 미국 기업이 제공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제정 이래 한 번도 발동하지 않은 EU 통상위협대응조치(ACI·Anti-Coercion Instrument)도 옵션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ACI는 EU와 그 회원국에 대해 제3국이 통상 위협을 가한다고 판단되면 서비스, 외국인 직접 투자, 금융시장, 공공조달, 지식재산권의 무역 관련 측면 등에 제한을 가할 수 있는 조치다.
협상 난관은 적지 않다.
미국은 EU의 부가가치세(VAT)와 식품 규제, 디지털 규제 등 비관세 장벽 제거를 조건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EU는 여러 차례 부가세 체계를 손댈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식품 규제 및 디지털 규제인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서비스법(DSA) 등도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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