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엊그제 경기 광명 신안산선 지하 터널 공사 현장에서 대규모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지하 30m 터널 공사 구간이 무너지며 그 위의 6차선 도로가 엿가락처럼 휘어져 내려앉았다. 당시 도로 위에선 시공사가 국토교통부와 함께 안전 진단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실종된 근로자 2명 중 1명은 이튿날 무사히 구조됐으나 1명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고 지점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 학생 약 1500명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저 아찔할 따름이다.
이 사고로 인근 아파트 주민 2300여명이 긴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저녁 식사 도중 갑작스러운 대피령에 짐도 제대로 못 챙기고 몸만 빠져나온 주민들이 많다니 그 황망함이 오죽하겠는가. 현장 작업자들에 따르면 사고 전날부터 지하 터널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들에 금이 간 모습이 목격됐다고 한다. 이쯤 되면 공사를 당장 중단함이 옳았을 텐데도 시공사는 안전 진단과 더불어 보강 공사에 나섰다. 해당 공사 구간은 2023년 감사원 감사 당시 지반 안전성이 매우 불량함을 뜻하는 5등급 판정을 받았다. 인재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어제는 부산 사상구와 서울 마포구의 도로에서 땅 꺼짐이 발생해 승용차를 모는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둘 다 지하철 공사 현장 및 지하철역 출구에서 가까운 지점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에서 시민 1명의 목숨을 앗아간 땅 꺼짐 사고 역시 지하철 9호선 연장을 위한 터널 공사 도중 일어났다. 서울시가 어제 대규모 지하 굴착 공사장과 주변에 대한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실시한다고 밝힌 것은 늦었지만, 꼭 필요한 조치다. 우리가 발을 디디고 선 땅 아래가 대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알아야 안전 확보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지난해 12월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로 시작된 국정 공백이 오늘로 꼭 4개월을 맞았다. 이 기간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대형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걱정스럽다. 지난 2월 25일 경기 안성의 고속도로 교각 건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근로자 10명이 숨지거나 다친 것이 대표적이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부터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책임 소재 규명과 후속 안전 대책 마련·시행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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