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됐던 20대 13시간 만에 구조
강우로 지반 약화 한때 수색 중단
남은 실종자 1명 위치 파악 못해
“사고 전 이상징후에도 대처 미흡”
당시 균열됐다던 기둥, 이미 파손
국토부 “원인 규명” 조사위 구성
11일 발생한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장 붕괴로 실종된 근로자 구조가 궂은 날씨와 추가 붕괴 우려로 한때 중단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사고 당시 현장에 갇혔던 근로자 2명 중 1명은 구조됐지만, 나머지 1명은 위치 파악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
임광식 광명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13일 붕괴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날 기상상황 등으로 중단됐던 수색작업이 이날 오후 2시10분부터 재개됐다고 밝혔다. 임 과장은 “전날 내린 강우의 영향으로 토사 붕괴의 우려가 있어 구조 작업이 중단됐으나, 토목·지질 전문가가 참여한 상황 판단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수색작업 재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은 전날 오후 3시1분쯤 실종자 A씨(50대)의 수색작업에 투입됐던 119구조대원을 모두 철수시켰다. A씨는 사고 직후 실종된 뒤 정확한 위치나 생존 여부가 파악되지 않았다. 대원들은 소음과 일부 구조물이 떨어지는 현상을 목격하면서 안전에 위험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오후 8시쯤에는 크레인을 이용한 잔해물 정리 작업 역시 중단했다.
약 18시간 만에 구조 작업이 재개됐으나, 당국은 여전히 구조대원의 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고 현장에 추가 붕괴 위험이 있는 데다 공사 장비 등 낙하 위험물이 여전히 많은 상태라 대규모 인원을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임 과장은 “현장 자체가 위험요소로 가득 차서 (하부로 진입하는) 구조 작업이 어렵고, 주변 위험물을 제거하는 상황”이라며 “전날 강수로 인해 상부 쪽 균열이 심해진 것으로 확인됐고, 전문가들이 현재 지반 침하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11일 오후 3시13분쯤 광명시 일직동 양지사거리 부근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에서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지하터널 공사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지면서 작업자 18명 중 2명이 고립되거나 실종됐다. 전날 오전 4시31분쯤에는 굴착기 기사 20대 B씨가 사고 13시간여 만에 구조됐다.
사고 전 관계자들이 사전에 이상 징후를 알아차렸던 것으로 드러나, 더 치밀한 대처가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를 통해 입수한 공사 시행사 넥스트레인의 ‘2-Arch(투아치) 터널 변위 발생 보고’ 문서에는 ‘4월10일 오후 9시50분 투아치 터널 중앙 기둥 파손 및 작업자 대피’라는 내용이 기재됐다. 해당 문서는 시공사와 시행사가 현장에서 작성해 감리단(국가철도공단)에 전달한 뒤 철도공단이 국토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에 첨부된 지하터널 내부 사진에는 아치형 구조의 터널 중앙부를 떠받치는 기둥 여러 개가 손상된 것으로 보이는 모습도 담겼다. 당초 기둥에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현장 공사 관계자들이 이상 징후를 알아차린 당시 이미 파손된 상태였던 것이다.
이에 국토부는 철저한 원인 규명 및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위해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건설사고조사위는 국토부 고시에 따라 시설물 붕괴로 재시공이 필요한 ‘중대 건설 현장 사고’의 조사를 위해 구성할 수 있다.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 측은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사고 원인 규명과 철저한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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