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토사물 탓 작업 어려워
과거 환경부 등 “지반 불량” 경고
작업자 철수 지연도… 인재 가능성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붕괴 사고 현장에서 50대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나흘째 이어졌지만 강한 비바람으로 지반이 약해진 데다 무너진 장비들이 뒤엉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몰사고의 ‘골든타임’인 72시간을 훌쩍 넘긴 가운데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던 실종자의 휴대전화 전원은 사고 당일인 11일 전원이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현장 구조 관계자들은 전날 오후 9시55분쯤 굴착기를 동원해 매몰지 앞 아스팔트 제거와 경사로 확보, 주변 H빔 절단 작업 등에 들어갔다. 토사 유입을 막기 위한 방수포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다시 비가 내리며 작업이 중단되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일정 지점씩 쪼개서 조금씩 확인하는 작업이 반복됐고, 안전을 고려해 구조대원 투입은 전면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매몰자인 50대 직원 A씨는 위치 추적 결과, 붕괴 현장 주변 지하터널 하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A씨가 또 다른 안전지대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377시간(15일)을 버틴 생존자가 있었고, 2022년 경북 봉화군 광산에 매몰됐던 광부들이 221시간(9일) 만에 구조됐다.
이번 사고 원인을 놓고 인재(人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업 초기 단계인 2019년부터 2020년 이뤄진 ‘신안산선 복선전철(본선 1구간) 민간투자사업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서 환경부 등은 “대규모 지하수 유출에 따른 지반침하 등 구조물 안정성 문제와 인근 지하수 시설에 대한 영향(수위 강하)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감사원도 2023년 보고서에서 일부 단층 파쇄대가 존재해 지반 상태가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 직전에는 터널 중앙기둥의 파손이 확인됐음에도 시공사 포스코이앤씨는 작업자들을 철수시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는 지난 11일 오후 3시13분쯤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근로자 19명 중 2명이 각각 고립·실종됐는데, 실종됐던 20대 굴착기 기사는 13시간여 만에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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