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군 공격에 400명 이상 또 숨져
총 피란민 규모는 단일 사안 역대 최대
가족찾기 요청 작년 66% 늘어 7700건
의료 시설 70∼80%는 정상 가동 못 해
성폭력도 극심… “국제사회, 외면 안 돼”
英, 2270억원 규모 추가 지원계획 발표
군부 내 파벌 간의 권력투쟁으로 내전이 발생한 수단에서 인도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내전 2년을 맞아 국제기구들에서는 그간 참상을 고발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로 내전 2주년이 되는 수단에서 최근 다르푸르 지역의 반군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400명을 넘었다. 유엔 인권사무소 라비나 샴다사니 대변인은 “믿을 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4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0∼12일 “148건의 살인사건을 확인했다”며 추가 검증이 진행 중이고, 이후 13일에 발생한 사건 피해자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어서 매우 ‘과소평가된’ 수치라고 설명했다. 유엔은 그간 이 내전으로 피란민 1300만명이 발생했고 누적 사망자 수도 수만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인도주의단체인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이날 내전 2주년을 맞아 수단 내 인도적 참상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ICRC는 작년 한 해 수단에서 가족을 찾아 달라는 요청을 약 7700건 받았는데, 이는 2023년에 비해 66% 급증한 수치다. ICRC는 분쟁, 자연재해 등에 따른 이산가족의 요청을 받은 뒤 각국 적십자사 등과 협력해 실종자의 생사 및 소재를 파악하고 연락과 재결합을 지원한다.
가족찾기 요청이 급증한 것은 가족과 연락이 끊긴 주민들이 그만큼 늘어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ICRC는 보고서에서 “수천명이 실종된 가족을 찾고 있고 그들이 살해당했거나 구금당했는지, 아니면 다른 지역이나 이웃 국가로 강제 이주를 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했다.
ICRC 등 인도주의 국제기구들의 노력에도 아프리카에서 분쟁으로 헤어진 가족들이 다시 만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1300만 피란민이란 규모 역시 단일 사안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약 300만명은 아예 국경을 넘어 이집트, 남수단, 차드 등 인접국으로 갔다.
수단 내 인도적 위기를 특히 더욱 악화시킨 것은 내전 당사자들인 정부군과 반군이 수단 내 병원 등 민간 필수시설까지 공격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응급의료체계가 파괴됐다며, 내전 영향력하의 지역에선 의료시설의 70∼80%가 정상 가동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했다.
성폭력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도 만연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내전 당사자들에게 성폭력이 국제 인도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면서 법 존중을 촉구했다. ICRC 수단 대표단 단장인 다니엘 오말리는 “국제사회는 수단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수백만명의 생명과 지역 전체의 안정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며 “모든 외교적·인도적 노력을 강화해 수단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도움이 전달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단은 1956년 독립 후 잦은 내전과 정치불안이 이어가다가 2023년 4월15일 군부 최고지도자 압델팟타흐 부르한 장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수단 반군조직 신속지원군(RSF)의 권력투쟁으로 내전이 시작됐다. RSF는 수도 하르툼도 한때 점령했으나 지난달 말 하르툼을 정부군에 다시 내줬다. 정부군은 동부와 북부 권역을, RSF 반군은 서부와 대부분과 남부권역 일부를 각각 통제하며 대치 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다 지난달 RSF가 정부군의 마지막 주요도시 엘파셰르를 차지하기 위해 주변 난민캠프까지 공격하면서 인도주의 활동가 최소 9명을 포함해 민간인 수백명이 사망했다고 유엔 인권사무소가 성명에서 밝혔다.
영국은 이날 내전으로 위기에 처한 수단인을 돕기 위해 1억2000만파운드(약 2270억원)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며 이 지원금은 식량과 영양 공급, 성폭력 피해자 긴급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지난해 11월에도 1억1300만파운드(2140억원) 상당의 구호 지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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