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과 상생” 취지 2012년 도입
전통시장 구매액 시행전보다 55% 감소
같은 기간 온라인몰 구매액 48배나 폭증
유통업 패권 쿠팡 등 온라인몰이 대세
오프라인은 적자… 희망퇴직 등 고전
내수침체·인구절벽에 유통업 ‘먹구름’
“시대 뒤떨어진 제도 과감한 개선 필요”

최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는 등 유통 업황이 악화하고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형마트 의무 휴업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과의 상생이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대형마트가 문 닫는 일요일에 소비자가 전통시장을 찾기보다 온라인·슈퍼마켓으로 향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제연구원은 약 130만건의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가 쉬는 일요일에 오히려 전통시장 매출이 함께 줄어들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원이 수도권 1500가구를 대상으로 한 2022년 농촌진흥청의 식료품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대형마트가 의무휴업한 일요일에 전통시장의 평균 식료품 구매액은 610만원이었다. 반면 대형마트가 문 연 일요일에는 오히려 전통시장 매출이 630만원으로 늘었다.
대형마트가 쉬는 날 쇼핑 수요는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이 흡수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온라인몰의 식료품 구매액은 평균 8770만원으로 그렇지 않은 일요일보다 130만원 많았다. 슈퍼마켓 매출도 1920만원으로 110만원 많았다.
유민희 한경연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문을 닫더라도 온라인 구매를 이용하거나 다른 날에 미리 구매하는 것을 선택한다”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경쟁 관계가 아닌 보완적 유통채널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통계와 비교하면 온라인몰 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 식료품 구매액은 2015년 1370만원에서 2022년 610만원으로 5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몰 구매액은 180만원에서 8770만원으로 48.7배가 됐다. 유 위원은 “소비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오히려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유통업 패권은 온라인으로 넘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업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6%, 대형마트는 11.9%였다. 온라인 1위인 쿠팡의 연간 매출은 지난해 41조2901억원으로 국내 유통업 사상 최초로 4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대형마트는 2012년 의무휴업 시행 당시와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마트는 계열분리한 2011년 이후 12년 만인 2023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지난해 3월 희망퇴직도 시행했다. 롯데마트 역시 2021년과 2023년 인력 구조조정을 했다.

장기화한 내수침체와 인구절벽은 유통업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가세로 시장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이달 초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절반(49.8%)이 2026년 이후에나 소비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골목상권 초토화를 이유로 대형마트 규제를 고집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대형마트 휴업일을 주중으로 바꾸고 일요일에는 문을 열게 한 대구와 충북 청주에서는 주말에 마트 주변 상권이 함께 활성화됐다. 올해 2월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와 청주에서 휴업일 변경 전후를 비교한 결과 주말에 대형마트 주변 요식업 매출이 3.1% 증가했다. 주변 식료품 및 생활 잡화점 매출은 2.0%, 편의점 매출도 5.6% 증가했다.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한 고객들이 인근 식당으로 향하거나 추가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한 셈이다. 유 위원은 “의무휴업 정책 효과가 미미하다면 과감하게 개선하거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온라인, 대형마트, 전통시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유통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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