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과 경제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CNBC 등에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시카고 경제클럽이 주최한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금까지 발표한 관세 인상 규모가 예상보다 상당히 크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장기적인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경제가 성장 둔화, 실업률 상승, 인플레이션 가속화라는 악순환에 빠져 연준도 지난 반세기 동안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두 가지 목표가 상충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경제가 각 목표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그리고 각각의 격차가 좁혀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 얼마나 다를지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을 보장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데, 연준을 포함해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이 두 가지 목표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은 연설 후 질의응답에서도 “관세는 올해 우리의 목표에서 더 멀어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올해 남은 기간 더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리가 어디로 향할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당분간 정책 기조 조정을 고려하기 전 더욱 명확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뉴욕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700포인트(1.7%) 떨어졌고, 에스엔피(S&P) 500지수는 2.5%, 나스닥지수는 3.5% 급락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멕시코 및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일부 품목에도 같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에는 무려 145%의 고율 관세가 매겨졌고, 자동차 부품에도 단계적인 관세 인상이 예고돼 있다. 그 외 모든 수입품에 최소 10%의 기본 관세가 적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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