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어제 우리나라 컨소시엄이 원자력 종주국 미국에 연구용 원자로 기술을 수출하는 데 처음 성공했다고 밝혔다. 한국 원자력의 역사는 1959년 미국 제너럴아토믹으로부터 ‘트리가 마크-2’ 원자로를 도입한 데서 시작됐는데, 당시 미국 원조를 받아 원자력연구소에 설치됐다. 그랬던 우리가 66년 만에 원자로 기술을 역수출하게 됐으니 기념비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과기부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현대엔지니어링, 미국 MPR사로 꾸려진 컨소시엄은 미국 미주리대에서 국제 경쟁입찰로 발주된 차세대 원자력 연구로 사업의 첫 단계인 초기설계 계약을 따냈다. 고밀도 우라늄 핵연료 분야 등의 뛰어난 기술력 덕분에 미국 뉴스케일 등 쟁쟁한 업체를 따돌리고 종주국 시장까지 뚫었다는 게 컨소시엄 측 설명이다. 초기설계는 연구로 개념설계에 앞서 건설부지 조건, 환경영향평가 등 사전정보를 분석하는 단계로, 이번 계약 규모는 1000만달러(약 142억원) 수준이다. 미주리대는 열 출력 20㎿급 고성능 신규 연구로를 건설할 예정인데, 사업 규모는 8~10년간 10억달러(1조4204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한국 컨소시엄은 이미 개념설계 최종협상대상자로도 선정돼 수주 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력 연구로에선 암 진단이나 치료 등에 쓰이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가 생산된다. 생산기술이 없는 국가에선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가 ‘부르는 게 값’이라 하니 연구로 시장 역시 유망하다. 과기부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건설 수요가 50기 이상으로 예상된다. 앞서 과기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인 SMART와 더불어 연구로 수출전략을 상반기 내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업 및 생태계 육성, 전략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정교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전력을 생산하는 대형 상업용 원전 기술은 이미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체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에서 우리의 경쟁력이 입증된 바 있다. 이젠 연구로까지 가세해 원자력 기술입국 실현을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기술 연구까지 진출해야 명실상부한 원자력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핵 잠재력 확보를 통한 자주국방 역량 향상에 이들 기술이 매우 긴요한 만큼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외교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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