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에 둥지 튼 金은 ERA 5위 등극
2025시즌 프로야구 초반 타율과 평균자책점 상위권에 낯선 이름이 눈에 띈다. 타율 깜짝 선두를 달리고 있는 롯데 내야수 전민재(26)와 평균자책점 톱5에 오른 KIA 우완 투수 김도현(25)이다. 두 선수 모두 친정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다 트레이드 뒤 알을 깨고 나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민재는 지난 16일 기준 11경기 연속 안타를 치는 등 4할에 육박하는 타율(0.397)로 타격 1위다. 전민재는 2018년 두산에 2차 4라운드 전체 40순위로 지명돼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타격 실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으며 출전 기회도 제대로 얻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해 나선 100경기가 시즌 개인 최다 출장이었다. 그중에서도 선발출전 경기는 65경기였고 시즌 타율도 0.246에 그쳤다. 이후 지난해 11월 롯데와 두산의 3대 2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다. 트레이드 당시에도 같이 롯데로 온 투수 정철원이 집중 조명을 받았고 전민재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전민재에겐 절치부심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롯데에서도 확실한 주전이 아니었지만 주축 내야수들의 부진과 부상이 겹치면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월까지 신통찮았던 방망이도 4월부터 불이 붙기 시작했다. 주로 9번 타자로 경기에 나섰던 전민재는 최근 맹타와 함께 2번 타순으로 올라갈 만큼 김태형 두산 감독의 신뢰를 얻었다. 시즌 초반 팀 전체가 극도의 타격 부진에 빠졌을 때 전민재가 팀 타격을 살리는 기폭제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승 후보’란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시즌 초반 고전하고 있는 KIA에서 프로 7년 차 김도현이 마운드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시즌 전 치열한 경쟁을 뚫고 5선발을 꿰찬 그는 올 시즌 네 차례 선발 등판해 23.1이닝 동안 5자책점만 내줬다. 평균자책점 1.93으로 전체 5위에 오르는 짠물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선발 4경기 중 KIA의 득점이 3점, 2점, 4점, 0점에 그칠 만큼 타격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 없이 1패만 기록하고 있는 게 아쉽다.
김도현 역시 친정은 한화다. 2019년 2차 4라운드 전체 44순위로 입단했다. 당시 이름은 김이환이었고 개명 후 2022년 4월 KIA가 투수 이민우, 외야수 이진영을 내주는 1대 2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유명 선수가 없는 트레이드라 이 역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적 후에도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김도현은 현역 입대해 취사병으로 군복무하기도 했다. 그 기간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한 덕인지 복귀 후 공에 힘이 붙었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에 힘이 생기니 투심을 비롯해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 등 변화구의 경쟁력도 높아졌다.
전민재와 김도현 모두 풀 시즌 주전으로 활약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들이 자리를 잡아준다면 롯데와 KIA의 든든한 주축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