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는 내신시험에 그대로 출제
문항팀 조직해 6억 챙긴 교사들도
현직 교사들이 직접 만든 문제를 학원이나 유명 강사에 파는 ‘사교육 카르텔’의 실체가 드러났다. 일부 교사들은 ‘문항제작팀’까지 만들어 수억원을 받고 문제를 넘겼다. 유명 일타 강사와 대형 학원들이 카르텔의 중심에 있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사교육 카르텔 수사 결과 총 126명을 입건해 100명을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송치 인원은 현직(검거 당시 기준) 중·고등학교 교사 72명, 강사 11명, 학원대표 등 직원 9명, 시대인재 등 대형 사교육 법인 3곳,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교수 등 5명 등이다.
경찰은 2023년 7월 교육부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아 경찰의 자체 첩보와 압수수색, 감사원의 추가 수사의뢰 등을 통해 약 1년9개월간 수사를 진행했다.
교사들은 자신의 경력에 따라 문항 1개당 10만∼50만원 수준을 책정해 업체에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항들은 주로 20∼30개씩 세트로 묶어 팔렸다.

이들이 문제를 판매한 대상에는 유명 사교육 법인과 함께 대형 학원의 일타 강사들도 포함됐다. 한 강사는 교사들의 문제 구입에 최대 5억5000만원을 썼다.
일부 교사들은 ‘문항제작팀’까지 만들어 다수 사교육 업체와 강사들에 조직적으로 문제를 판매했다.
대구 수성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수능 검토위원을 하며 만난 교원 8명과 함께 문제를 제작했고, 아르바이트 대학생들로 구성된 ‘문항검토팀’까지 만들어 운영했다. 이들은 2946개 문항을 만들어 사교육 업체와 강사들로부터 6억2000만원을 챙겼다.
다른 현직 고등학교 교원 5명은 각자 소속된 학교 내신시험에 자신이 판매했던 문항을 그대로 출제하기도 했다.

경찰은 2023년 수능 영어 23번 문제가 메가스터디 강사 조모씨의 모의고사 교재에 그대로 실린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도 발표했다. 교사 B씨는 2022년 8월 ‘TMI(Too Much Information)’라는 원서에서 해당 문항을 찾아 문제를 만들어 조씨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이 2022년 9월 조씨의 모의고사 교재에 그대로 반영됐다. 다른 교사 C씨 역시 TMI에서 같은 문항을 발견해 EBS 교재를 제작했는데 수능 출제 위원이었던 한 교수가 해당 교재를 감수하는 과정에서 이를 수능 문제에 냈다.
하지만 경찰은 교사 B씨와 C씨 등 대상자들 간 관련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직 교원의 문항 판매 행위가 근절되지 못하고 오랫동안 음성적으로 관행화됐다”며 “공교육의 교원과 사교육업체, 강사 간 유착을 근절하고자 청탁금지법 등 혐의를 적용해 철저히 수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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