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무역 분리 협상 방침 유지
美·日 첫 교섭 이후 우려 더 커져
리더십 부재로 결정 쉽지 않을 듯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다음 주 관세 협상을 앞둔 가운데, 관세와 안보 비용 인상분을 함께 협상 테이블에 올리려는 미 행정부 전략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상대국들이 연합이나 공동 대응을 할 시간을 주지 않고 각개전투를 할 수밖에 없도록 밀어붙이고 있는데, 리더십 부재인 한국으로선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17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과 방위비·무역을 분리해 협상한다는 방침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번 협상은 관세와 무역에 대한 것인 만큼 경제 사령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통상 수장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한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담당자를 비롯해 외교부 북미국 당국자의 방미는 계획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쪽을 담당하는 경제 관련 부서에서만 참석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와 안보 분야를 함께 협상하는 ‘원스톱 쇼핑’, ‘패키지 딜’을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역 문제에 한해 관세 최소화를 목표로 협상에 임한다는 정부의 방침을 관철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당장 한국과 무역·방위비 구조가 비슷한 일본이 16일(현지시간) 미국과 협상한 내용을 보면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보다 먼저 미국과 관세 협상을 한 일본은 방위성 관계자 없이 협상길에 올랐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지원 비용’을 의제로 올리자 전날 밤 부랴부랴 긴급 대책 회의를 해야 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국 측은 실제로 일본의 방위비 부담 확대를 언급했으며, 일본 내에선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국 역시 방위비 관련 당국자 없이 협상에 임했다가 미국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베트남을 방문중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대미관세 협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거론한 사업이 조선업·액화천연가스(LNG) 등으로 한국 등이 아니면 안 되는 분야이므로 우리 나름대로 레버리지(지렛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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