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의 대(對)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한 상황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개월 만에 중국을 찾았다.
17일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초청으로 베이징에 도착한 뒤 런훙빈(任鴻斌) CCPIT 회장과 회담을 가졌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중국은 엔비디아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계속해서 중국과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CCTV는 전했다. 그는 “엔비디아는 앞으로 계속해서 규제 요구에 맞는 제품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데 힘을 아끼지 않을 것이고, 흔들림 없이 중국 시장에 서비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CEO가 중국을 찾은 것은 지난 1월 이후 3개월 만이다. 그는 지난 1월 강경한 대중 압박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대만과 중국 엔비디아 지사를 찾기도 했다. 다수의 빅테크 CEO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채 대만을 거쳐 엔비디아 베이징지사 춘제(중국의 설) 행사에 참석해 AI를 주제로 연설했고, 이후 상하이도 방문했다.
이날 중국 방문은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엔비디아에 처음으로 대중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하며 미·중 무역전쟁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엔비디아는 지난 9일 미국 정부로부터 H20 칩 중국 수출 시 당국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14일에는 이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는 통지 역시 받았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H20 칩이 중국 슈퍼컴퓨터에 사용·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미 정부가 새 규제의 근거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2년부터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산 최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규제해 왔다. 이에 엔비디아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기존 주력 상품이던 H100 칩보다 성능이 낮은 H20 칩을 제작해 중국에 수출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 규제를 H20까지 강화한 셈이다.
H20 칩은 그동안 미국 정부의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한도 내에서 중국에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최고급 사양의 AI 칩이었다. 연산 능력은 낮지만 고속 메모리 및 기타 칩과의 연결성이 뛰어나 슈퍼컴퓨터 제작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블랙웰보다 성능은 낮지만 블랙웰에서 사용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장착해 일부 성능이 개선되기도 했다.
H20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지난 1월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AI 모델 학습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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