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수진 평균 구속을 내가 다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날 등판해 5.1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2승째를 거둔 한화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8)이 경기를 마친 뒤 던진 농담이다. 왜 이런 말을 했을까?
한화에는 시속 150km를 넘기는 강속구 투수가 많다. 올 시즌 마무리로 승격돼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17일에도 9회 등판해 시즌 5세이브째를 신고한 김서현은 이날도 157km의 강속구를 펑펑 던져댔다. 김서현 앞인 8회에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첫 홀드를 거둔 전체 2순위 신인인 정우주도 156km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며 자신의 잠재력을 뽐냈다. 여기에 외인 선발인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도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150km를 넘기고, 문동주는 자타동인 국내 최고의 강속구 투수로 160km까지 찍는다.

류현진도 KBO리그 데뷔 초창기와 메이저리그 전성기에는 마음만 먹으면 150km 이상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었다. 그러나 1987년 생으로 어느덧 불혹이 가까워진 현재는 그 정도의 구속은 나오지 않는다. 이날도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4km에 그쳤다. 구속은 떨어졌지만, 류현진은 타자들을 쉽게 제압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이었던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1회 2실점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2회부터 6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6피안타 2볼넷을 내줬지만, 빼어난 경기운영으로 실점을 최소화한 것이다. 이날 승리로 류현진은 KBO리그 통산 110승(60패)째를 수확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거둔 78승(48패)을 포함하면 188승이다.

류현진의 호투 속에 한화는 SSG를 4-2로 누르고 시즌 첫 3연전 스윕과 동시에 4연승을 달렸다. 팀의 연패는 끊어주고, 연승은 이어주는 에이스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한 셈이다.
경기 뒤 류현진은 “1회 투구 수가 많았는데, 그래도 5회 갈 때까지 투구 수 조절이 잘됐다. 빠른 카운트에 변화구로 맞춰 잡는 게 잘 돼서 범타가 많이 나왔다”고 돌아봤다. 팀이 연승을 이어간 것에는 “제가 던질 때 이겨서 다행이다. 당연히 승리 투수가 안 돼도, 팀이 이기면 만족한다. 두 가지를 전부 해서 더 좋다”고 말했다.


팀에 강속구 투수가 많아진 것에 대해 류현진은 “평균 스피드를 제가 다 떨어뜨리고 있다”며 농담을 던졌다. 이어 “그 선수들이 강한 공으로 대결해도, 저는 오버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제구로 대결해야 할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는 잘되고 있다. 평균자책점도 생각대로잘 유지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선발진 중 구속은 느려도 안정감은 류현진이 으뜸이다. 5경기 28.1이닝을 던져 2승에 평균자책점 2.54로 한화 선발진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SSG는 부상으로 마운드에 서지 못했던 미치 화이트가 KBO리그 데뷔전을 치르며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을 했다. 박찬호와 닮은 외모 때문에 메이저리그 시절 야구 팬들로부터 ‘짭찬호’로 불렸던 화이트는 류현진과 2022년과 2023년 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함께 소속되어 있었다. 류현진이 부상으로 오랜 기간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비우느라 함께 빅리그에서 뛰진 않았다.

류현진은 “선발 등판을 앞둔 상황이라 경기 전 외야에서 인사만 했다”면서 “복귀하고 오늘 첫 경기 던지는 거 보니까 준비를 잘했다. 빌드업해서 투구 수 올리면 좋은 공을 던질 것 같다”고 덕담했다.
이날 화이트는 최고 시속 155㎞ 강속구를 뿌리며 4.1이닝 2피안타 8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13개의 아웃카운트 중 무려 8개를 삼진으로 잡아내 빼어난 탈삼진 능력을 자랑했다.

이날 류현진은 6회 1사 1루에서 박상원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박상원은 김성현에게 단타를 맞고, 2사 1, 2루에서 대타 정준재를 3루수 직선타로 겨우 잡았다. 만약 3루수 노시환이 이 타구를 잡지 못했다면, 류현진의 승리도 날아갔을 가능성이 크다. 류현진은 “맞는 순간 깜짝 놀랐다. 파울인 줄 알았는데 (노시환이) 잡았다. 맛있는 거 사줘야겠다”고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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